한 낮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 같지만 오후 5시 반이 지나가면 좀 주춤거린다.
그때 기회를 잡아 나와 남편은 잽싸게 집 근처에 있는 대학에 운동을 간다.
대학 캠퍼스 안에는 걷기에 딱 알맞은 트랙이 있고, 대학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 트랙을 도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도 그들 속으로 살며시 스며 들어가 걷기에 동참한다.
사실 하루 종일 더운 곳에서 바깥 운동을 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지만, 의지를 가지고 매일 걸으려고 노력한다.
열심히 트랙을 따라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건네온다.
"당신은 까오리(한국인)인가요?"
뒤를 돌아보니 보청기를 끼신 낯이 익은 할아버지다!
"아~~~ 네,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서투른 태국어로 대답하자, 할아버지가 "영어를 할 줄 아냐"라고 하신다.
와우~~~~ 무지 반가웠다.
태국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특히 지방에서),
연세 드신 할아버지가 "Can you speak English?"를 물으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한눈에 봐도 할아버지는 꽤 지적으로 보였고, 느낌으로는 '여기 대학 교수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 촉이 맞았다.
자신은 은퇴한 대학 교수이고, 통계학 교수였으며 나이는 75살이고 (여기는 나이를 묻고 말하는 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15년 전에 은퇴했다 한다. 여기 우따랏디 지방 출신이고 한평생 이곳에서 사셨다고 한다. 한국도 세 번 정도 다녀왔으며, 아들은 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고, 딸은 치과 의사라고 한다. 아내는 관절염이 있어서 집에서 운동하고 혼자서 매일 걷는다고 하신다.
"김치 만들 줄 아냐"라고 물으신다.
당근 밧데리죠!!!!!
"딸이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라고 해서 기회가 되면 김치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매일 5시쯤 운동하러 나오신다고 해서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내가 사는 곳은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
나와 남편은 어디를 가더라도 눈에 띄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감사하게 태국 사람들은 친절하게 낯선이 들을 맞아 주고
도와주려고 한다.
태국에서 한국은 '가고 싶은 꿈의 나라 중에 하나'라고 들었다.
예전에 우리가 미국을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부디 '꿈의 나라인 한국'이 이들이 갔을 때 따뜻한 환대를 해주는 나라이길 소망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환대를 받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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