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일이 나에게 벌어졌을 때의 그 느낌, 감정, 생각은 표현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2주 전에 남편과 치앙마이 북쪽에 '팡 (Fang)'이라는 지역의 볼일을 보러 가다가 뜻밖의 사고를 만났다.
한적한 시골길이었고 차량도 많지 않은 곳이었다.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해하는 남편을 위해 쉴 곳을 찾던 중 반대편 도로, 노란 점선의 중앙선 너머에 그늘진 한적한 공터를 발견했다. 남편이 차의 속도를 늦추고 오른쪽 전등을 켜고 핸들을 돌리려는 찰나에, 갑자기 무언가 차에 부딪치면서 엄청난 굉음 소리를 내었다.
너무 놀라서 순간 정신을 잃을뻔했다. 차를 세워놓고 보니 오토바이 하나가 중앙선 너머 오른쪽 공터에 넘어져 있고
한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가까이 갔더니, 사고를 낸 오토바이 여자 운전자는 누워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사고 난 것도 충격이었지만 그 여자의 표정 없는 얼굴과 그 정황에 전화를 하고 있는 그녀의 행동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잠시 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태국인들이 순식간에 모였다.
사고로 주변에 교통체증이 있자, 그중의 일부는 교통을 정리해 주고 젊은 남자는 엠브런스를 불러주고, 어떤 사람은
경찰에 연락해 주고... 우리 대신 보험회사 직원도 불러주고~~~
기초 태국말밖에 못 하고, 영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의 사고를 당하니 두려움이 마음을 덮쳤는데
이들의 따뜻한 친절이 두려움을 멀리 쫓아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경찰, 보험회사 직원, 엠브런스 오고....
경찰은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사고 경위를 묻고...
대물 사고면 서로 합의만 하면 되는데, 대인 사고이기 때문에 경찰이 개입하고....
아~ 거기다 일이 꼬이려니깐 다른 보험회사 직원을 부른 것이다ㅠㅠ
차 앞유리에 붙여 있는 전화번호만 보고 연락했는데 알고 보니 그전 차 주인의 보험회사 번호였다ㅠㅠ
어찌 되었간에 감사하게 사고를 낸 운전자는 헬멧을 쓰고 있어서 머리는 다치지 않았고, 오른쪽 다리와 왼쪽 발가락
두 개가 골절이 되었고, 깁스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던 경찰은 쌍방 과실로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50 대 50으로 만들어버렸다ㅠㅠ
그 여자는 깜빡이를 보지 못했고,
남편은 30m 전에 전등을 켜야 되는데 20M(남편이 20m 전에 깜빡이를 켰다고 진술함) 전에 켠 것이 잘못이었다고!
사실 말도 안 되는 말이다. 그녀는 차간 거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고, 더군다나 그 여자는 중앙선을 넘어 우리 차를 추월하려다가 사고를 낸 것인데!!!
경찰관이 처음에는 우리에게 "인도적 차원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가 약간의 위로금과 과일을 준비해 가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를 찾아가기도 전에 사고를 낸 운전자는 4일 만에 퇴원을 했고, 경찰서에서 최종 합의를 하는데 우리에게 보상금을 요구했다.
'보상을 하지 않으면 법정까지 가겠다'라고ㅠㅠ
그녀와 협상을 하려다 강경한 태도를 보고 마음을 돌려 바로 원하는 대로 보상금을 주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닌, 남의 나라 태국이고 나는 외국인이고, 그녀는 다쳤고!
남편은 사고 결과에 대해 여전히 분한가 보다. 남의 나라에서 살려면 감수해 내야 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한국에서 오토바이가 사고를 내어도 100% 과실은 없다고 들었다.
늘 운전할 때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가 신경 쓰였는데,
그 두려움을 막상 뜻밖의 곳에서 맞닥트리고 보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한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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