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인이 설거지 하는 법

뉴질랜드에서 2년 동안 유학할 때 기숙사에서 그들과 일상생활을 함께 했다. 타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키위(뉴질랜드인을 부르는 애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독일, 인도, 일본, 호주, 프랑스, 파키스탄 등 다국적을 가진 학생들과 직원들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 귀한 경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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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회에서 문화 체험

남편과 나는 뉴질랜드에서 현지 교회를 다녔다. 영어를 위해 되도록이면 한국인들과 어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언어를 배우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갔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젊은이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에 더 투자해야 되었다. 키위 교회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교제하면서 언어와 함께 그들의 문화도 하나씩 배워가면서 적응했다. 

 

보통 한국 교회는 예배 후에 식사를 하면서 성도 간의 교제를 하는데, 키위 교회는 차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먹으면서 로비에 서서 대화도 하고 교제도 나눈다. 매주 담당자가 돌아가면서 차와 다과를 준비하고 청소까지 끝낸다. 보통 부부들이 함께 하는데 교인 중 한 분인 쥬디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했기 때문에 혼자 감당해야 되어 매우 바쁘다. 

 

한국 교회에서는 봉사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여기, 뉴질랜드 교회에서도 내가 할 일이 있을까 찾던 중 마침 쥬디(Judy) 할머니가 자신의 일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요청에 응했다.

키위들 설거지 스타일

교제 후에 쥬디 할머니가 성도들이 다 마신 컵을 씻는데 우리와는 너무 다른 설거지 방식 때문에 깜짝 놀랐다. 먼저, 할머니는 싱크대 배수구를 막고 물을 중간 정도 받은 후 주방 세제를 적당히 투척하고 긴 손잡이가 있는 솔로 컵을 닦는다. 그녀는 되도록이면 물이 손에 닿지 않게 설거지를 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같으면 주방용 수세미로 컵 안과 밖을 거품 이빠이해서 닦을 텐데 얘네는 솔을 이용한다.

 

그다음 순서는 당연히 물로 헹구어야 하는데 거품이 있는 상태에서 바로 바른 행주로 닦아 싱크대 찬장에 정리를 했다. 쥬디뿐만 아니라 2년 동안 뉴질랜드에 머물면서 키위들이 모두 다 이렇게 똑같은 방식으로 설거지를 하는 것을 보았다. 잠시 충격을 받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설거지 방식을 지켜보면서!

 

아~~~ 생각해 보니 이것이 첫 경험이 아니었다. 기억을 소환해 보니 10여 년 전에  호주에 머물렀을 때도 그랬고, 영국에 여행 갔을 때 현지에서 홈스테이 했는데 이들도 키위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설거지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도 충격이었는데, 지난 잊혀진 기억이 키위가 설거지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받았던 문화 충격이 다시 떠올랐다.

쥬디 할머니에게 설거지하다 혼난 남편

당최 그들의 비위생적인 설거지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물로 헹구지 않고 설거지하냐?"라고 물었지만 그들 아무도 딱히 납득이 될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은 주방 세제가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다.

 

나: 왜 물로 헹구지 않아요?

쥬디: 나는 우리 엄마가 하던 그 방식 그대로 따라 하는 거야.

나: 주방 세제가 인체에 해롭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

쥬디: 지금 내 나이가 80이 넘었는데도 이제까지 아무 문제없거든!!!

나:......(말은 되네ㅠㅠ)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물 값이 너무 비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한국식 스타일로 설거지를 하면 기겁을 한다. 실제로 남편이 쥬디 할머니 집에 초대되어 식사한 후 설거지 하다가 혼난 적이 있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하던 대로 수세미에 세제를 따르고 거품을 잔뜩 내어 그릇을 닦은 후 뜨거운 물을 틀어 놓은 상태로 물샤워 시키다가 할머니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구박을 들어야 했다.

 

쥬디 할머니가 소파에 앉아 설거지하는 남편을 유심히 보더니 한 말씀 던진다.

 

쥬디: 00, 너는 왜 내 전기와 물을 낭비하고 있는 거니?

남편: (남편은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할머니를 빤하게 쳐다만 보았다. 본인의 죄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그다음부터 남편은 키위집에 가서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음.... 나는.... 그들이 볼 때는 키위 스타일로 설거지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한국 방식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