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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동물 테라피 (animal the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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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학 기간 중에 코로만델 농장에 머물면서 농장의 소소한 일들을 도와주었다. 소 젖 짜기, 음식찌꺼기를 닭과 오리에게 갖다 주기, 레이철 집에 산더미 같이 쌓인 설거지 하기 등 눈에 보이는 일들을 알아서 거들었다. 


2023.03.28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소 젖 짜기 체험

 

소 젖짜기 체험

뉴질랜드에서 2년 동안 머무는 동안 방학 때 여러 번 레이철 농장 게스트 하우스 룸에 머물렀다. 한국에 귀국하기 전에는 한 달 정도 신세를 졌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낯선 이방인을 가족처

hasim2002.tistory.com

본격적인 밀킹 작업에 투입됨

농장 아침은 소 젖 짜기부터 시작한다. 레이철 딸들이 주로 담당하는데 의도하지 않게 밀킹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밀킹을 배웠다. 내 손재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레이철이 나에게 소 한 마리를 하사(?) 했다.

 

레이철: 00야, 아침에 밀킹 하는데 나올래?

나: 왜?  지젤과 헬레나가 잘하고 있잖아! 그리고 두 마리 소밖에 없잖아!

레이철: 최근에 한 마리가 더 생겼거든. 그래서 너한테 한 마리 줄려고~

나:(뭐래!!!!! 하나도 반갑지 않은 말을 한다) 나는 밀킹 잘 못하는데?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어 구실을 대는데)

레이철: 아니야! 이 정도면 너무 훌륭히 잘하고 있어~~~

 

우이 C~~~~~~~~~~~~

거저 숙박을 제공받고 거기다 유기농 우유, 버터, 꿀, 달걀, 빵까지 받아먹으면서 도저히 '하기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강요하는 것은 아닌데 양심상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힐링의 시간

농장 주인 레이철의 등에 떠밀려 시작된 밀킹은 시간이 갈수록 나의 일상에 작은 변화들을 가져왔다. 그 변화는 힐링이었다!  살과 살을 맞대어 시작하는 밀킹은 소와 교감이 이루어지면서 한 몸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밀킹 하고 있으면 내적 평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주었다. 또한 그녀의 부드러운 살갗이 내 심장까지 전해져 그 온기가 내 몸을 따스하게 만들었으며 하루 시작이 즐거웠다.

 

처음에는 소와 궁합을 맞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나도 그랬지만 그녀도 불편한지 뒷발질도 하고 못마땅한지 콧김도 세게 불면서 심술을 내어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밀킹을 했다.


소에게 신임을 얻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에게 신뢰를 얻어 말을 (물론 뉴질랜드 소이기 때문에 영어로 ^^) 건네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소에게 신임을 얻은 것을 알게 된 계기는 밀킹 하는데 갑자기 소가 오줌을 싸는 것이었다. 그녀의 오줌은 콸콸 틀어 놓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줄기 같았다. 너무 당황해서 뒤로 물러서는데 레이철 하는 말이 " 밀킹 중에 소가 오줌을 싸는 것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고 네가 잘하고 있다는 것이야"라고 한다.

 

먹이를 쪼아 먹는 오리
내 손을 쪼을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짐을 느낌


동물테라피

 

그녀가 나를 받아 들렸다는 것에 기분이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좋았고 뿌듯했다. 밀킹 후에 레이철과 따뜻하고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서 '동물테라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매우 흥미롭게 내 얘기를 듣더니 갑자기 조용히 자신 품에 있던 닭을 내 품에 안긴다.

 

레이철: "00야, 내 치킨을 안아봐, 너에게 힐링이 일어날 거야!"

나: (아~~~~~~~~~~~~뭐래!!!!!!!) 닭은 아니거든!

레이철: 아니야!

하면서 강제로 내 품에 안겼다.

 

얼떨결에 내 품에 안긴 치킨은 긴장했는지 몸을 잔뜩 움츠린다. 나도 처음에는 무섭고 어색했는데 잠시 후에 치킨의 온기가 얼어붙은 나의 긴장한 몸을 풀어줬다. 레이철의 장난으로만 받아들였는데 의외로 테라피 효과가 일어났다.

 

동물 테라피란?
동물테라피는 직접 동물을 만지거나 안아보면서 상호교감을 통해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치료법이다.
동물을 매개로 하는 치료는 애완용 동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과 교감하는 말, 돌고래 등도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승마 치료를 들 수 있다.

동물테라피를 경험하면서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많은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닫힌 사고는 사물을 사람을 제대로 경험할 수 없다. 나는 소와 닭이 테라피로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었다. 뜻하지 않게 레이철 덕분에 소와 닭과 교감을 나누면서 마음이 따스해지고 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테라피 시간을 가졌다.

 

가끔 정서가 흔들려 힘들 때면 밀킹 했던 시간들이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면서 내 마음을 덮친다.

 

닭과 오리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
음식 잔반을 가져가면 사방에 흩어져 있던 오리, 닭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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