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2년 동안 머무는 동안 방학 때 여러 번 레이철 농장 게스트 하우스 룸에 머물렀다. 한국에 귀국하기 전에는 한 달 정도 신세를 졌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낯선 이방인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환대해 주고 일용할 양식과 거처를 무료로 제공한 그들의 사랑을 마음속에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농장의 하루는 소 젖 짜는 것으로 시작한다. 코로만델 농장은 목축업이 본업이 아니다. 20여 마리에 소를 비상식량(?)으로 키우고 그중에서 3마리만 젖 소이다. 기본적인 생필품 외에는 목장에서 자급자족한다.
밀킹(소 젖 짜는 것)은 레이철 두 딸의 몫이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13살, 15살) 그녀의 딸들은 어른 못지않게 거뜬히 주어진 과업을 척척 수행한다.
손으로 직접 밀킹 한다고 해서 나와 남편도 경험해보고 싶어 참여했다. 레이철의 두 딸들이 젖소 3마리를 밀킹 하는 장소에 몰이해 온 후, 차례대로 각자 밀킹 할 공간에 소를 가두고 다리 한쪽을 끈으로 묶어 말뚝에 고정시킨다. 밀킹 하는 동안 소가 좋아하는 여물을 먹을 수 있도록 세팅해 주면 밀킹의 기본 준비가 끝난다.
레이철 딸에 의하면 "전날에 어미소와 아기소를 분리한다"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소가 엄마 젖을 밤새 다 먹어 버리기 때문에 레이철 가족이 먹을 우유를 짜 낸 후에 상봉을 시킨단다.
본격적인 밀킹
먼저 손을 깨끗이 소독한 후 밀랍으로 만든 왁스를 바르고 소 젖 짜기에 편한 자세를 갖춘다. 다음에는 소와 인사를 나눈 후 깨끗한 거즈로 소 젖을 닦아 준 후 부드럽게 만져 준다. 소의 배가 상당히 불러서 임신했냐고 물었더니, 레이철 딸이 미소를 짓더니 소 배를 두드리면서 "자기 배야"한다. 아~~~ 풀만 먹어도 저렇게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했다 ㅋㅋ
소는 4개의 젖을 가지고 있다. 각 양손에 하나씩 소 젖을 붙잡는다. 그 후 소 젖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내려오다 유두 끝에 힘을 세게 주고 당기면서 양손 번갈아 가며 젖을 짜낸다. 나중에는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겨 힘을 적게 들이고 밀킹을 했다. 소 젖을 손으로 쥔 후에 힘을 주고 잡아당기면서 젖을 짜냈다.
처음에는 소의 맨 살갗을 만지는 것이 징그럽고 무서웠다. 또 밀킹을 위해 소의 젖에 힘을 가하는 것이 모질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아플까 하는 마음이 드니 주저하게 된다. 소도 나의 손놀림이 불편한지 묶이지 않는 다른 발로 발길질을 해댄다. 밀킹으로 작은 냄비 하나를 채우는데 20분 남짓 걸린 것 같다. 허리가 뿌러지는 줄 알았다. 또 소의 뒷발질에 맞을까 봐 벌벌 떨면서 첫 번째 업무를 완수했다.
세상 행복한 맛
갓 짠 낸 소 젖에서 따뜻한 온기가 모락모락 연기가 되어 올라온다. 레이철은 우유를 끓이면 영양가가 파괴되기 때문에 바로 마신다고 했다. 처음에는 배탈 날까 봐 찝찝했는데 농장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배앓이한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생으로 먹어도 괜찮은가 보다.
밀킹이 끝나 갈 때쯤에 레이철이 보온병에 모닝커피와 비스킷을 가지고 온다. 집에서 양봉한 마누카꿀에 직접 짠 우유를 섞은 달달한 커피맛은 세상 잊을 수 없는 행복한 맛이었다.
우유의 일부는 자연 발효를 시켜 키우는 닭의 면역성을 키우주기 위해 아낌없이 하사한다. 닭들이 호사를 누리네! 나머지 일부는 레이철 가족과 고양이 강아지가 먹고, 남는 것은 버터를 만든다.
레이철 농장에 머무는 동안 내내 유기농 달걀, 직접 밀킹 한 우유, 핸드 메이드 버터를 무상으로 공급받았다. 되돌아보니 고된 이방인 생활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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