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뷔페에 갈 일이 있으면 내가 즐겨 찾는 코너가 있다. 그 코너에 가기까지 다른 요리들이 나의 후각과 시각을 강렬하게 자극해도 나는 그 유혹을 뚫고 내가 원하는 목표 지점까지 간다. 그리고 탄력 있고 탱탱한 선 분홍색 살덩이들을 찾아낸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평소에 자주 먹을 수 없는 '연어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집중 공략해서 연어로 나의 오감을 만족시킨 후 위에서 신호가 올 때까지 흡입을 멈추지 않는다. 나에게 화려해 보이는 주변 요리들은 횟집에서 주는 '쓰키다시'처럼 보인다. 진짜 회를 좋아하는 고수들은 '쓰키다시'에 집중하지 않는다.
나는 회보다는 육고기를 더 선호하는데 유난히 연어를 만나면 다른 요리들이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만큼 연어는 나의 최애 요리 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에 연어에 관한 책을 읽다가 급 연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연어가 내 배속에 들어오기까지 그들의 험난한 일생을 알게 되니 비록 물고기이지만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아~~~~ 미물인 이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데 나는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움과 그들의 숭고한 일생에 대해 감동도 받았다.
1. 연어의 일생
연어는 치어로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어른 물고기(성어)가 되면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와 상류에서 알을 낳는 회유성 어종이다. 그래서 연어는 평소에 영양가 높은 먹이를 많이 먹어 둔다.
그러다 산란기가 오면 회귀 본능에 이끌려 이동하는 연어는 급류와 싸우고 산란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 높은 폭포를 뛰어넘는다. 깊은 호수에서 자라는 내륙 연어도 알을 낳기 위해 지류로 올라간다. 이때 연어는 아무리 맛있는 먹잇감이 나타나도 절대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면 강을 타고 올라가는데 몸이 비둔해지면 그만큼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연어의 귀향을 기다리고 있는 포획자와 포식자들에 의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날렵한 몸을 가지고 강을 재빨리 거슬러 올라 사명을 다해야 한다. 연어는 인간처럼 사고체제를 가지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분별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자동으로 연어의 DNA속에 박혀 있다.
2. 죽음 & 새 생명
연어는 대부분의 일생을 우주만큼 거대한 공간인 바다에서 살아간다. 연어는 언제 자신보다 힘이 더 강한 포식자에게 잡힐지 모르는 망망한 바다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종족 번식을 위해 목숨을 붙들고 있다. 포식자들 사이에서 용케 살아낸 연어는 산란을 위해 그야말로 온갖 역경을 헤치고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들은 연어 알들을 안전한 공간에 내려놓고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준 후 고된 여정과 굶주림으로 기진맥진해 죽는다. 그들의 마지막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삶의 탄생과 함께 죽음이다. 새 생명을 위해 그들은 생명을 기꺼이 내놓는다.
안타깝게도 미처 살아서 자신이 태어난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포획자에 의해 잡힌 연어들은 '죽음'으로 인간들의 식탁을 풍족하게 하거나 포식자들의 배속을 가득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3. 연어의 귀향
어느 해인가 나는 TV로 캐나다 한 강가에서 연어의 귀향을 노리고 있는 곰의 일가족을 본 적이 있었다. 곰들은 떼로 지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들을 손쉽게 낚아챈 후 연어의 알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을 보았다. 또 어떤 곰은 연어를 먹잇감에서 놀잇감으로 다루는 것도 보았다. 겨울잠을 지내야 하는 곰들에게는 연어의 회귀가 그들의 깊은 동면에 일조하는 아주 반가운 고영양 식품인 것이다.
나는 TV를 보는 내내 연어가 불쌍해서 안타까웠다. 겨우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포획자들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의 일생이 참담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일생이 참 숭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위대한 위인과 같다는 마음이 든다.
마치며....
연어의 일생을 묵상하며 나는 무엇을 남기고 이 땅을 떠나야 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어의 죽음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었다. 그 생명은 인간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며, 또한 그들의 포식자들의 생명과 종족을 보존하는데 기여했고 자신들의 종족도 더불어 지켰다.
삶을 살아낸 숫자가 점 점 늘어나니 생각도 나이만큼 깊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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