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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내사랑 스타우브 꼬꼬떼(STAUB LA COCO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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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살림과 관련된 유튜브를 보다 급 사랑에 빠진 아이템이 있었다.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 새댁이 얌전하게 살림살이를 해내는 일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무료 100만이 훌쩍 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 모습도 안 나오고 소리는 음소거이고 자막으로만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였다. 별 특별하지 않는 이 유튜브를 애청하게 된 것은 아마 2년 동안 뉴질랜드 살이를 하면서 살림을 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올라왔는데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욕구 충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에 빠진 아이템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젊은 새댁이 사용하는 그릇들이었다. 특히 유투버가 애용하는 냄비였는데 디자인은 심플한데 색깔이며 모양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설렘이 있으면서 나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냄비의 브랜드가 무지막지하게 궁금했다. 공부하러 비싼 돈 내고 먼 나라에 와서 공부는 안 하고 사이트를 뒤지고 뒤져 드디어 브랜드명을 알아냈다. 나의 집요한 성격이 이루어낸 업적이 대견스러웠고 기특해서 혼자 머리를 마구 쓰담쓰담했다.


'스타우브 꼬꼬떼' (STAUB LA COCOTTE)와의 만남

 

나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녀의 이름은 '스타우브 꼬꼬떼' (STAUB LA COCOTTE)였다. 프랑스 북부에서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우브 꼬꼬떼는 무쇠 주물로 만들어진 냄비이며 전 세계 셰프와 홈 셰프들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꼬꼬떼로 무슨 요리를 하든 수분감 넘치는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다"라고 홍보한다.

 

나는 당장 인터넷 검색에 들어가 가격을 알아봤다. 미쳤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20cm 사이즈의 냄비 하나가 세일한 가격으로 대충 250,000원 정도 했다.

 

남편이 은퇴한 후 모든 것을 정리하면서 내가 소유한 것들이 너무 넘쳤음을 깨달아 최소한의 삶을 살겠다고 뉴질랜드 가기 전에 결심했다. 그럼에도 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고 누워도 머릿속에서 쉽게 떨쳐지지 않았는데 우연히 해밀턴 근교에 있는 쇼핑몰에서 이 아이템을 보고 쉽게 포기가 되었다. 스타우브 꼬꼬떼의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과장을 좀 하자면 들다가 손목이 부러질뻔했다. 누가 거저 준다고 해도 한국까지 가져가기 쉽지 않은 무게였다. 

 

 

스타우브 꼬꼬떼(Staub la cocotte)

 

 

간절히 원하면 소원은 이루어지나?

 

작은 아들이 연휴를 맞이해서 지금 유럽여행 중이다. 큰 아이가 유럽에 살아서 잠깐 형한테도 간다는 이야기를 듣자 문득 잊여버리고 지냈던 연인이 생각나듯이 꼬꼬떼 냄비가 떠올랐다. '아! 프랑스 제품이니깐 유럽에서는 한국보다는 싸겠지' 하면서 큰 아이에게 연락을 했다. 큰아이가 남자이면서도 이 냄비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신기했다. 꼬꼬테를 향한 나의 사모하는 마음을 읽었는지, 아들이 "선물로 작은 아이 편에 보내겠다고 돈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고르"라고 한다. 


처음에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신이 나서 사이트에 들어가 열심히 발품을 팔아 골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올라온다. 나는 잠시 한국에 머물다 다시 목적한 대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다른 나라로 가기로 결정되어 있는 사람이다. 팔목이 휘청거릴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저 냄비를 챙겨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더군다나 아들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적지 않은 금액을 냄비 사는데 투척한다니 미안한 마음도 올라온다.

 

한편으로는 신혼 초에 선물 받은 독일 아엠체(AMC) 냄비를 25년 가까이 사용한 것을 기억하면 투자 가치도 있어 보이는데..... 아...... 고민이다. 그냥!  아이 때문에 며칠 동안 흥분하고 즐거운 것으로 만족하고 끝낼까?

 

구입을 망설이는 이유가 돈 때문인지, 무거워서 인지, 아니면 미니멀 라이프 삶에 위배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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