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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멘탈이 붕괴되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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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을 만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지난 과거의 사건들이 예고 없이 찾아와서 마음을 힘들게 할 때가 있다. 과거의 일이 현재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의 뇌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래전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면서 감정은 그대로 살아 있어 가슴이 아픈 것이다. 가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난 일들이 의식화되어 떠오를 때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건들이 종종 기억이 나서 마음을 힘들게 한다.


아이들이 초등 2, 3 학년 때였다. 그때 나는 힘든 일로 방황하면서 온몸으로 견디는 중이었다. 매일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관악산 정상에 있는 연주대까지 왕복 4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혼자 등산을 다녔다. 사건이 있었던 그날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찍 돌아오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추어 등산을 갔다 오기에 너무 애매한 시간이었다. 아이들하고 같이 등산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하교하는 애들을 데리고 바로 관악산으로 향했다. 평소에 오르내리던 길이 아닌 능선을 타보기로 했다. 그 전날에 산에서 만난 분을 따라 능선을 타 봤는데  등선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 아래의 풍경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그것을 기억하며 산에 오르기에는 약간 늦은 오후여서 망설였지만 아이들과 함께 강행군을 했다.


능선 위에서 멘탈이 붕괴되다

 

능선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하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고민이 되었는데 다시 되돌아가기도 쉽지 않아서 걱정하는 아이들을 달래면서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 갑자기 순식간에 안개가 산밑에서부터 피워 오르더니 앞의 시야를 다 가로막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때 왜 산에서 조난을 당하는지 알게 되었다. 너무 무서웠다. 멘탈이 붕괴가 되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능선 위였기 때문에 좌우는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여서 위험한 상황인데 거기다 안개까지 껴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도 너무 무서운데 아이들은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거기다  핸드폰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정신을 수습하고 침착하게 아이들을 달래 가며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움직였다. 


이렇게 조난 당해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빗물과 섞여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아이들도 어린데 내가 왜 무리하게 산행을 했을까?' 남편은 내가 애들 데리고 산에 간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사고를 당하면 누가 우리를 찾아낼까? 등 무시한 생각들이 온 마음을 짓 누르면서 '자기 탓'을 하고 있었다. '자기 탓'은 자기혐오로 이어지고 후회와 절망으로 순식간에 나를 몰아세웠다. 얼마큼 가야 능선 끝인지도 모르겠고, 더군다나 안개가 언제 걷힐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 정말 막막했다. 간절하게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아~~~ 신은 나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았다. 뿌연 안개를 헤치고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한눈에 봐도 노련한 등산가였다. "아이들도 어린데 위험한 산행을 했다"라고 나무라시면서 길을 안내해 주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사건이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고 감정이 살아 있어 연신 가뿐 숨을 내뿜고 있다. 20년이 지난 그 일은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까지도 안개를 보면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안개로 덮힌 산

 

 

멘털이 붕괴되는 일을 만났을 때 해야 하는 행동

 

1. '자기 탓'을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자기 탓'은 '자기혐오'로 이어져 자신을 더 궁지로 몰아넣으며 이성을 마비시켜 정상적인 사고를 못하도록 한다. 누구의 '탓'도 아닌 살다 보면 어쩔 수없이 일어난 일임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2. 지난 과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멘털이 붕괴되면 사람들은 먼저 후회라는 감정이 쳐들어온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지난 과거로 복기하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사건이 생기면 자동적으로 생기는 생각이지만 이런 마음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일어난 일에 집중해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생긴다.

 

3. 복식호흡을 한다. 뜻하지 않은 일을 만나면 교감 신경이 흥분 시에는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수가 감소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교감신경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복식호흡을 통해 흥분된 교감신경을 안정되게 해야 한다. 

 

4. 감사한 제목을 찾는다. 억지로라도 감사하게 되면 뇌의 시상하부가 활성화되어 마음이 평안해져 호흡이 조금씩 좋아진다. 현재 처한 상황에는 답이 없을지라도 감사한 일들을 찾을 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동기부여효과)과 세로토닌(우울증 치료제)이 나와서 긍정적인 마음을 자세를 가져온단다.


인생길을 혹자는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와 같다고 한다. 직접 안개의 위력을 경험해 본 나는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안개를 만났을 때 우리의 몫은 호흡을 가담은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개가 걷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앞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나의 영혼만 피폐해진다. 시간이 의외로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안개 앞에서도 시간의 위력을 믿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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