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아한다. 안타깝게 열정만큼 손재주는 크게 없다. 그럼에도 배우고 도전하는 성격이다 보니 일단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그동안 나를 가르친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은 약속한 듯이 똑같다.
"습득도 빠른 편이고 열정도 있고 작품을 시작하면 속도감도 있는데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라고 하셨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거기다 얹어서 한 말씀을 더 해주셨다. "보기에는 얌전해 보이는데 성격은 급하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이야기이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천천히 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것은 내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한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유전적 요인(개인적인 면)과 환경적 요인(환경적인 면) 등 모두면을 다 살펴봐야 한다. 나의 조급한 성격의 유전적 요인을 보면 압도적으로 다혈질 기질을 가지신 돌아가신 아버지에서부터 받았다. 환경적 요인도 당연히 아버지의 조급한 성격이 양육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어 조급한 나를 만들어 냈다고 확신한다.
더 거시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나의 조급한 성격을 만드는데 한 몫했을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소환하면서 내 성격을 운운하는 데는 다아 이유가 있다. 앞으로 배울 재봉질에서도 내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쨌든 50, 딱 중간에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다. 재봉질이었다!!!! 늘 해보고 싶기는 했는데 기계와는 친숙하지 않아 배울 용기가 없었는데 20년 타지살이을 접고 서울살이 첫 해 집 근처에 재봉질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길을 오가면서 자동적으로 가게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다. 가게 창문 너머에 수강생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보였고, 몇몇의 수강생들이 재봉질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수강생 모집'이라는 재봉질로 수놓은 예쁜 푯말도 발견했다.
이렇게 나는 재봉질을 시작했다. 초급반에 들어가서 첫 시간 기초적인 것을 배운 후에 바로 소품 만들기에 들어갔다. 첫 작품은 그 흔하고 흔한 에코백 만들기였다. 너무나 우습게 봤다. 그냥 천을 두 장 맞대고 직진으로 박으면 되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정식으로 갖추어서 배우는 재봉질은 내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빗나가도 너무 멀리 빗나가서 재봉질 배우다 '당황하셨어요?'라는 개그 멘트가 여러 번 떠올랐다. 뭐든지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들어가야 된다는 것을 재봉질 두 번째 시간에 배운 깨달음이다.
생애 첫 재봉질에서 만든 첫 작품, 에코백이다! 재봉질 초보인 나에게 직선으로 박음질한다는 일은 마음과 달리 쉽지 않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작품은 꽤 그럴 듯 하지만 가까이 보면 박음선이 삐뚤삐뚤하다. 이래서 모든 사물과 사람은 '미적거리'가 필요하다. 재봉질에서도 여지없이 나의 급한 성격이 드러났다. 선생님한테 여러 차례 '천천히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만만해 보였던 나의 생애 첫 작품 에코백 만들기는 인생 중반을 막 넘어선 나에게 여러 가르침을 주었다. 나의 지나온 인생을 일직선상에 놓고 보니 선밖으로 일탈한 흔적이 많았음을 발견했다.
재봉질도 내 인생도 삐뚤삐뚤하다. 나는 제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나뿐이겠는가! 인생길을 걷는 모든 이들이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니 나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조할 필요도 없고 남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각자의 보폭에 맞게 욕심부리지 말고 주어진 각자의 인생길을 매일 걷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는 것을 한 땀, 한 땀으로 이루어진 박음질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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