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떼기다.
서울에서 사는 것이 숨 막히고 염증을 느낄 때쯤 남편의 직장이 지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처음에 지방 내려갈 때는 8.15 같은 해방의 기쁨이 있었고 자주독립을 외치고 싶은 날이었다.
일단 나의 숨통을 막히게 하는 시댁에서부터 탈출이었고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서울 외에
다른 지방 도시에서 산다는 기대와 로망이 있었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서 나오는 그런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산다는 설렘과 그 기대감!!!
아~~~~~ 그러나 이 환상이 무너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낯선 땅에서의 삶을 18년 동안 잘 견디었다.
내가 살았던 지역은 자연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면 자주 시골길을 걸었다.
몇 년 전 꽤 늦가을에 시골길을 산책하다가 내 마음과 시선을 멈추게 한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발견했다.
꽃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나를 멈추게 한 저 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얼마큼 문외한이냐면 국화잎과 쑥 이파리를 구분 못해 지인 집, 담장 밑에 곱게 심어놓은 여린 국화잎을
쑥인 줄 알고 다 뽑았을 정도였다. '가을에도 쑥이 올라오다니' 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ㅠ
지인에게 무지 지청구를 받았다ㅠ
섭섭했다! 그까짓 꽃이 뭐라고!!! 꽃은 꽃일 뿐인데!
꽃 선물을 받으면 나에게는 잠시 감동을 주고 버려야 할 쓰레기였다. 그것도 아주 성가신 쓰레기였다.
꽃의 마른 줄기가 쓰레기봉투를 뚫고 나오면 짜증이 확 올라오면서 꽃을 준 사람한테 엉망도 했다ㅠ
꽃에 대해서는 예의도 없고 무식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발견하고
너무 아름다워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야생에 놔두기에는 너무 안쓰러워서(?) 한 다발 꺾어 집으로 가져와 화병을 찾아 편안한 안식처를 마련해줬다.
수. 레. 국. 화!!!!!
바위처럼 단단해진 내 정서를 깨우고 내 마음을 흥분하게 한 그의 이름은 수레국화였다.
독일 국화라고 한다.
수레국화는 유럽 동부와 남부가 원산지이고 들판이나 곡물 밭에서 자라나는 잡초라고 한다.
순화시켜 야생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잡초라니!
수레국화의 꽃씨가 곡물을 수확할 때 함께 추수되어 곡물들을 오염시켜 수확량의 영향을 준단다.
당연 농부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꽃이 아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제초제를 뿌려 이 성가신 존재를 없애 버린다고 한다ㅠ
그 결과 지금은 야생에서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단다.
내가 꽃의 존재를 잠시 보고 즐긴 후 버려야 할 쓰레기로 여긴 것처럼 농부들에게는 추수를 방해하고
수확물을 오염시키는 성가신 잡초일 뿐인 것이다.
이 성가신 존재가 어떻게 독일의 국화로 격상이 되었을까!!!
'소소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의 힘 (4) | 2023.01.04 |
---|---|
재봉질과 공황장애 (0) | 2022.12.22 |
재봉의 미학 (0) | 2022.12.21 |
수레국화가 독일국화로 탄생 (2) | 2022.12.20 |
흔들리며 피는 꽃 (0) | 2022.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