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순하다'는 이야기와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에는 두 가지 생각으로 괴로웠다. '더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착하지도 않은데 '착하다'는 말이 엄청 나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 '죄책감'이 올라왔다. 그래서 더 착해지려고 애썼다.
나는 내가 착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 주는 것에 대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때가 잔뜩 낀 나의 마음이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누가 알까 봐 걱정도 되었다. 사람들이 나를 착하다고 여기는 것은 소위 착한 행동과 순응적인 태도를 보여서였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착하다고 봐주는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행동한 것은 그냥 좋은 게 좋다는 생각도 있었고 상대방이 듣기에 불편한 이야기나 행동을 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이 싫어서 말을 못 했을 뿐이었다. 결국 '내적 불편감'을 견딜 수 없어서 착한 코스프레를 했던 것이다.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나의 안테나는 관계 안에서 쉬지 않고 작동을 했으며 늘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안색이나 태도를 보이면 나는 불안했고 불편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만 같았다. 이런 내가 집에 오면 다른 모습으로 가족에게 나타났다. 밖에서 받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풀었다. 형제에게는 조금도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투사가 되었으며 가끔 나의 억압된 분노가 화산 터지듯이 폭발해 어머니에게 온갖 신경질을 다 부렸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나는 미쳐 버렸을 것이다.
착한 콤플렉스 특징
1. 착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높다.
2. 특히 싫은 소리를 못하며 컴플레인을 하더라도 사과하듯이 부탁 어조로 하는 경향이 있다.
3.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보다는 '자기 탓'으로 돌린다.
4. 자신보다는 상대방이 우선이다.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5. 상대방이 부탁을 하면 거절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의 심리는 3가지가 있다.
첫째, 거절에 대한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거절하기가 어렵다.
둘째, 자존감의 문제이다.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나 같은 사람한테 부탁하는데 내가 뭐라고 거절할까'하는 심리에서 거절이 두렵다.
셋째, 거절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No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준다.
6. 부당해도 억울해도 참는다. 왜냐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 감정을 표현하기 시도할 때 어느 정도로 해야 되고 얼마만큼의 강도가 있어야 하며 빈도로 해야 되는 자기 잘 모른다. 예를 들어, 불편한 감정 표현을 2만큼 해야 되는지, 아니면 5로 표현할지에 대한 조절감이 없다.
7. 늘 인생의 안테나가 작동되니 피곤하고 사람을 만난 후는 에너지 소모가 빨리 일어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을 때가 편하다고 느낀다.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
1.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착해서이기보다는 자신이 상대방이 원하는 요구나, 욕구를 맞추지 않으면 스스로가 불편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2. 순응적이기 때문에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착하다'라고 칭찬 하는 것도 일종의 가스라이팅에 해당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더 얻기 위해 조종하는 것이다.
해결책
1. 소중한 자신을 되찾자- 상담을 받든 지 마음공부를 하든지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자.
2. 일단 표현을 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카운팅을 해 봐야 한다. 이번에는 5만큼 할 것인지 아니면 3만큼 해도 되는지 스스로 체크를 하면서 시도해 봐야 감이 잡히게 된다.
3. 거울을 보고 연습하기다. 착한 사람들은 양보, 배려, 희생 등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 마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거울을 보고 미리 말할 것들을 연습해 보자! 그러다 보면 연습이 어느 날 실전이 되는 시간이 온다.
4.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연습을 한다. 즉, 취미생활을 가진다. 취미는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날려 버리는 행동이다. 이런 취미 생활을 몇 개 가지고 있으면 내적 힘도 생기고 조절감도 얻게 된다.
위에 정리는 그동안 50 평생 넘게 착하다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온 나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을 풀어낸 것들이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늘 크고 작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왔다. 범불안장애까지는 아니었어도 가끔 가만히 있어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뭔가 실수한 것이 없나' 하면서 내 지난 말과 행동들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불안감이 낮았을 때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세상과 분리된 나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작업들을 할 때였다. 이때는 안테나도 필요 없고 내가 만든 세상에서 내가 왕이 되어 군림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쉼'이자 '취미생활'이자 '회피'였다.
이제는 더 이상 '착한 척' 하면서 살기가 싫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담력'이 필요했다. 머리 위에서 쉼 없이 작동하는 안테나도 껐다. 그러니깐 마음이 나에게 하는 소리가 들린다. "너는 참 소중한 존재야! 너 자신을 먼저 배려하고 격려하고 토닥거려"라고 말을 걸어온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했더니 놀라운 일들이 생긴다. 늘 타자중심이었던 내가 건강한 '자기중심적'으로 바뀌고 예전에 '착한 척'하면서 불편한 일들에 대해 참았다면 지금은 조절감이 생겨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안다.
그동안 나는 착한 콤플렉스에 빠져 '피해자' 코스프레로 살았다. 되돌아보니 나는 '피해자'도 되었지만 '가해자' 역할도 크게 했음을 깨달았다.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나의 억압된 감정이 표출이 되어 주변인들에게 상처 줬다. 특히 제일 가까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또한 상대방을 직접 공격할 용기는 없으니깐 수동적 공격으로 상처를 주었다. 신의 이름으로 나의 미숙함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이제 그만 나의 옛 자아와 이별을 고하련다. "그동안 착한 척하면서 사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그만 내 인생에서 꺼질래~~"
'일상에서 만나는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 (3) | 2023.01.29 |
---|---|
조급증 (2) | 2023.01.24 |
일상에서의 인지부조화 (0) | 2023.01.07 |
내 삶의 깨진 유리창 (1) | 2023.01.05 |
억압(repression) (0) | 2022.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