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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심리학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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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주말마다 가평에 있는 주말농장에 가서 농사체험을 했다. 원래 의도는 아스팔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흙을 발에 묻히게 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도 해 주고 덤으로 시골의 정서도 경험시켜 주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사실 나의 속마음은 숨겨져 있었다. 어렸을 때 방학과 명절이 되면 시골로 내려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내려갈 시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함이 컸는데, 마침 주말농장이 한참 유행할 때여서 지인의 소개로 그토록 원하던 바람을 자연스럽게 이루었다.


 

우리는 농장 주인 할머니에게서 약 10m쯤 되는 길이의 밭 두 고랑을 배정받고 할머니의 진두지휘 아래 밭을 뒤집고 씨 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짧은 길이의 달랑 두 고랑의 밭이어서 실망하고 우습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버겁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다.

 

왜냐면 애초부터 남편은 1도 관심 없는 주말농장체험이었다. 순전히 내가 원하니깐 갈등과 분열을 원하지 않아서 동의했다. 거기다 애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처음에는 좀 흥미를 보이다가 힘들어지자 바로 낫을 집어던지고 들판으로 뛰쳐나갔다. 고스란히 나의 일이 되어 해의 각도에 따라 뜨거운 태양을 등에 지거나 정면으로 마주 보고 일하는 시골 아낙네가 되어갔다.

 

씨를 뿌린 후 일주일 후에 갔는데 싹이 안 보인다. 어라! 이상하네! 그다음 주에 갔는데도 새싹이 올라올 기미가 좁쌀만큼도 안 보인다. 조급증이 발동했고 뿌린 씨앗이 잘 못 된 줄 알고 낫으로 땅을 팠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가 호통을 치신다. "농사꾼은 조급하면 안 돼! 더 기다려야 싹이 올라온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물가에 가서 숭늉을 찾는다' 

'믈 보기 전에 바지부터 벗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겠다'

 

위의 문장은 우리 일상에서 익숙하게 잘 사용하고 들어온 속담들이다. 성질이 매우 조급하여 어떤 일을 겪을 때 급하게 행동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빗대어 한 말들이다.  '조급증'과 관련된 문장들이다. 


조급증은 의학적 병명은 아니지만 주로 성격장애 C군(불안, 걱정이 많은 그룹) 그룹에 속하는 결백증, 완벽주의, 강박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본다. 조급증은 어떤 과제가 주어지면 여유와 느긋함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조바심을 가지고 안달하면서 걱정, 염려, 근심을 안고 행동한다. 친정엄마는 가끔 이런 나에게 '스스로 들볶는 성격'이라고 하셨다.

 

주요 증상

 

-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는 경향이 있고 무언가 기다릴 때 진득하지 못하고 좌불안석이다. 예를 들어, 나처럼 심은 씨앗이 얼굴을 바로 내밀지 않자 땅을 팠던 것처럼 말이다.

- 무언가 시작했으면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불안이 높아져 일상이 순조롭지 않다. 나는 지금 구글애드센스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수시로 메일을 확인한다. 

-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무언가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나는 집에서 쉴 새 없이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내 존재감이 없는 느낌을 받는다.

 

 신체적, 정신적 증세

 

- 조급한 생각과 행동이 근육을 긴장시켜 뻐근하게 만들며, 위장 장애 등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난다.

-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스트레스받을 때 작용함) 혈관이 수축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가 된다.

- 조바심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해서 쉽게 피로해진다.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 마음의 평안이 없어지면서 예민하고 작은 일에도 '욱'이 잘 올라오게 된다. 우울증, 불안장애가 생기기 쉽다.

 

예방법

 

- 복식호흡을 한다. 시간을 정해서 해도 되고 수시로 시간이 날 때마다 한다. 요즈음은 마스크를 착용해서 어디에서든지 가능하다.

-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자신만의 위로의 문구를 만든다. 조급함이 올라올 때마다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활성화된 교감신경을 낮춘다.

- 취미생활을 갖는다. 취미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을 내어야 한다. 불안과 강박적인 생각과 행동을 낮출 수 있는 자신에게 적합한 취미를 찾아본다.

- 매사에 강박과 불안이 올라오면 전문의에 도움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의사인 김 원 교수는 "조급증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변형돼 남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못 참는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라고 정의했다.

늘 바쁘고 여유가 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 누구나 조금씩 조급증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일반사람보다 좀 높은 편이다. 평소에 나의 조바심에 대해 성격이나 유전적 원인에서 이유를 찾았는데 김 원 교수의 정의는 색다르다. 시간을 들여서 곰곰이 생각해  볼 문장이다.

 

어쨌든 내가 조바심을 낮추기 위해 일상에서 하는 행동은 매일 복식호흡 하기, 감사일기 쓰기, 걷기, 좋은 음악 듣기, 성경 읽기 등을 하는 중이다. 또한 늘 마음의 평안을 구하며 순간순간 짧은 기도를 하늘에 쏘아 올린다.

 

 

 

파란 호수에 산과 나무들이 비추어져 있는 풍경
평화로운 앨버타 캐나다 호수  -  All rights reserved to James whe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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