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狡兎三窟)

올 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이다. 토끼는 초식동물로 귀는 길고 소리에 매우 예민하며, 앞발은 짧은데 깡충깡충 잘 뛰어다니는 것은 뒷발이 길기 때문이다. 또한 입과 코는 작고 코의 모양은 재미있게 한글 자음 'ㅅ'자처럼 생겼다. 토끼의 긴털은 온도 조절과 먼지나 미생물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토끼의 이미지가 귀여워서 그런지 그들을 주제로 한 동요나 동화가 꽤 있으며, 또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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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관계된 글들을 찾다 보니 '교토삼굴'이라는 사자성어를 우연찮게 발견했다. '일본의 교토하고 토끼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무지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창의적(?) 사고를 갖게 한다. 아! 교토삼굴은 교토에 유명한 굴이 세 개가 있다는 것이구나!라고 나름 생각했는데, 검색해 보니 교토 도시하고는 전혀 아무 관련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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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삼굴 의미(뜻)

 

교(狡): 교활할 교

토(兎): 토끼 토

삼(三): 세 삼

굴(窟): 굴 굴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자면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이 있다'는 의미이다. 포악한 야생동물은 토끼에게는 늘 위협적인 존재다. 아무 무기가 없는 토끼는 늘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의 동족들은 포획자와 포식자들에 의해 수난을 수도 없이 당하면서 살고 있는 현실이다. 토끼가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짧은 앞다리와 긴 다리로 잽싸게 자신이 파 놓은 굴에 들어가는 길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굴 하나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어 여분의 공간을 더 만들어 놓는다. 본능적으로 살려고 몸부림 치면서 마련한 대비책인데 참 똑똑하다. 동물에게서도 지혜를 얻는다.

 

사자성어 교토삼굴의 배경은 사마천의 <사기>, '맹상군 열전 편'에서 나온다. '꾀가 많은 토끼는 위기에 대비해서 굴을 세 게 준비해 어려운 일을 면한다'는 뜻을 가졌다. 여우에게는 교활하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는데 토끼는 귀여운 외모덕을 보는지 '꽤 많은'으로 묘사하는 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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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내 인생의 '교토삼굴'은 무엇?

 

'교토삼굴' 뜻을 인간사에 비추면 지혜로운 사람은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올 2023년 계묘년에 나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교토삼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먼저, 파야 할 제일 중요한 굴은 건강이다. 남편이나 나, 모두 젊지 않은 나이에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일을 도전해야 한다. 건강이 따라 주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모두 갖추어도 헛되다. 운동은 시간을 내어 우선순위로 챙겨야 할 중요한 일상 과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다음, 언어이다.  앞으로 새로운 땅에서 해야 할 당면 과제는 영어와 태국어를 매일 꾸준히 익히는 일이다. 남편은 천직이라고 여긴 일을 3년 전에 은퇴한 후, 여지까지 제2의 인생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태국으로 가려고 비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무엇보다 언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매일 언어라는 굴을 파고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성숙한 인격을 갖추는 삶이다. 성숙한 삶이란 자기 성격에 맞는 장점을 보여주면서 사는 삶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과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나의 모델은 예수의 제자로서, 그가 살아낸 삶을 살아내려고 애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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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내가 파야 할 '세 개의 굴' 중,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들은 없다. 건강, 언어, 성숙한 인격! 이 세 개 모두 정신적, 신체적, 인격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뛰어넘기 힘든 허들(장애물) 앞에 놓인 느낌이 든다. 이럴 때 지금 해야 할 내 역할은 나의 약함을 바라보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장점을 인지하면서 매일 주어진 과제를 꾸준히 해나가는 일이 나의 '교토삼굴'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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