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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내 돈 내고 구입한 꼬꼬떼 드디어 먼 이국땅에서 내 품에 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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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유튜브에 젊은 새댁들이 살림하는 내용들을 동영상으로 올린다. 어쩌면 젊은이들이 저렇게 살림을 깔끔하고 지혜롭게 잘할까? 하고 매번 감탄한다. 그들의 살림살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에 띄는 키친용 아이템들이 다양하다. 그중의 하나가 내가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아이인 꼬꼬떼였다. 이 아이템이 내 품까지 전해지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나누련다.


2023.01.23 - [소소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 내 사랑 스타우브 꼬꼬떼(STAUB LA COCOTTE)

 

내사랑 스타우브 꼬꼬떼(STAUB LA COCOTTE)

몇 년 전에 살림과 관련된 유튜브를 보다 급 사랑에 빠진 아이템이 있었다.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 새댁이 얌전하게 살림살이를 해내는 일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무료 100만이 훌쩍 넘

hasim2002.tistory.com


꼬꼬떼 구입을 놓고 고민

우연히 유투브 살림하는 동영상을 보다 꽂힌 무쇠 주물 냄비 꼬꼬떼! 투박한데 정스럽고 왠지 마음이 자꾸 가는 아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밝히듯이 가끔 이 아이템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작은 아들이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 유럽 여행 중이었고, 마침 큰 아들이 유럽에 살아 가족 방문을 하였다. 프랑스 제품이니 현지에서는 더 저렴하지 않을까? 하고 큰 아이에게 시장조사를 부탁했다. 생각보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거와 별 차이가 없어 실망했는데 큰 아들이 선뜩 사준다는 것이 아닌가! 무척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는데 내 고민을 알아차린 큰 아이가 밀어붙인다. 그래, 에라, 모르겠다!!! 24cm가 국내보다 10만 원이나 저렴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현지 백화점 매장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찜했다. 


드디어 구입

 

작은 아이 배웅하러 공항 가는 도중에  큰 아들은 백화점에 들러 영상통화를 신청하였다. 내가 찾던 할인하는 아이템은 진즉에 팔려 나가고 화이트 트러플 24cm가 있다고 한다. 아~~~~ 또 내적갈등이 거센 파도처럼 몰아친다.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정할 여유도 없이 재촉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구입을 윤허했다.

 

나의 어머니는 매우 검소한 분이셨다. '나때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근검절약하던 시기였고 모든 것이 귀하던 시기였다. 물건 하나 구입 할 때는 허튼데 지출이 되지 않도록 감시와 통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선택의 자율권을 빼앗긴 나는 컸을 때 '결정장애'라는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꼬꼬떼 구입하면서 결정의 어려움이 있는 나의 내면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의 품에 안기다

 

여행중이었던 작은 아이는 적지 않은 무게의 무쇠주물냄비를 이고 지고 돌아다니는 개고생을 한 끝에 오마니가 있는 한국에 꼬꼬떼를 떨구어 놓았다. 

 

 

아이보리색 프랑스산 무쇠주물냄비
화이트 트러플 24cm

 

작은 아들이 냄비를 여행용 캐리어에서 꺼내 놓는데 급 실망감이 덮친다. 백화점 직원이 "박스는 부피가 나간다"고 달랑 얘만 줬다고 한다. 뭔가 허전하다. 사진을 보면 튼튼한 박스에 냄비 뚜껑 꼭지에는 리본이 매달려 있어 근사한데 아들이 전해 준 꼬꼬떼는 너무 겸손하다 못해 초라해 보였다. 더군다나 냄비 꼭지 표면에 보인 흠집들이 마치 마음에 스크래치가 난 것처럼 신경이 쓰였다.

 

보통 후기들을 보면 아래 사진처럼 언박싱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그녀의 자태를 한컷, 한컷 올리는데 내것은 그럴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ㅠ 

 

 

박스위에 놓여진 프랑스산 무쇠냄비
스타우브 꼬꼬떼 무쇠주물냄비

 

블로그에 꼬꼬떼 시즈닝(오일로 냄비 길들이기)하는 법을 찾아 따라 했는데 냄비에 오일 자국이 남아 없어지지 않는다. 코팅된 부분이 벗겨질까 봐 세게 밀지도 못하고 살살 닦아 내지만 시즈닝 흔적은 그대로 남아 눈에 거슬린다. 우이~~~ C! 애인 생각하듯이 기다렸는데 뭔가 어긋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니 마음이 불편해진다. 예전 같으면 속이 부글부글 했었을 텐데, 이제 나이가 드니 본질이 아닌 것에 감정을 소모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다음 날 청소를 하는데 오른쪽 팔이 뻐근해서 좌우로 움직였더니 아프다. 어! 왜 갑자기 통증이 있지! 남편이 혼자 하는 말을 듣고 하는 말, "어제 저 무쇠냄비 시즈닝한다고 들었다 놨다 해서 그런 거 아냐?"

 


꼬꼬떼로 밥짓기

대부분 후기에서 극찬한 밥맛을 맛보려고 쌀을 안쳐 밥을 지었다. 기름기가 반짝반짝하고 영롱한 빛깔의 밥알들이 탱글탱글하다.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걱으로 밥을 가운데로 모으니 냄비 바닥에 도톰하게 깔린 누룽지의 두께가 주걱을 통해 손바닥까지 느낌이 전달된다. 바삭할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한 입도 깨물기 전에 구수한 냄새가 코를 먼저 자극하고 바삭한 그 식감은, 아~~~ 무쇠솥에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누룽지였다. 

 

연이어 김치찌개와 육개장을 끓였다. 후기에 보면 무쇠솥에 찌개를 끓이면 깊은 맛이 난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ㅠㅠ 그런 맛이 나는게 느낌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었다.

 


마치며....

 

막상 갖고 싶었던 것을 손에 넣으니 어쩌면 '그리워할 때가 더 좋았다'라는 마음이 든다. 나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번 꼬꼬떼 구입의 의미는 크다. 예전에는 나를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에 대해 망설임이 많았으며, 사고 싶은 물건 앞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다 발길을 돌린 적이 흔했다. 되돌아보니 나의 선택에 대한 어려움은 어렸을 때 욕구에 대한 통제를 당해서부터 왔음을 깨달았다. 비록 두 아들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구입한 아이템이지만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서도 평생에 한두 번은 사치를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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