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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심리학

우리 자신은 알게 모르게 인에이블러(enabler)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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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돕거나 상대를 위해 대신 일할 때 희열을 느끼는 적이 있는가? 아니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연인이나 지인, 자녀와 배우자가 해야 할 일들을 자신이 도맡아 한 경험이 있는가? 이런 일들을 한 두 번이 아닌 습관이 되어 삶의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면 당신이 어쩌면 인에이블러(enabler) 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봐야 한다. 낯선 용어인 '인에이블러'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긴다.


나는 이타적인 성향을 가졌다. 나는 문제 해결 욕구가 높은 사람이어서 누군가가 어려움에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돕는데 최선을 다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는 거기서 산 같은 기쁨을 누린다. 더불어 나같이 좋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자뻑에 빠지기도 한다. 자아도취와 자신감은 얇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순간적으로 보기에는 '자신감이 높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경계선 사이에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타인을 도우면서 나를 상대방의 인생에 중요한 존재임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 심어 주고 나에게 의존하게 만든다면 당신은 인에이블러의 조짐이 보인다.


인에이블러(enabler) 뜻

심리학적 의미

인에이블러란 조장하는 사람이다. 즉 본인은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의존자가 스스로 자신의 삶의 과업을 수행하여 성장하는 기회와 경험을 빼앗아 가는 사람을 칭한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사랑한다면서 상대를 망치는 사람'이라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나는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앤절린 밀러의 자기 고백적인 에세이, '나는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에서 그녀는 자식과 남편을 사랑한다면서 행동했던 것들이 결국 가족을 망쳤다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이 책이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심리학 전공자인 앤젤린은 자신의 사랑이 어떻게 가족을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참담하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고백한다. 

 

앤절린은 세상 더할 나위 없는 이상적인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집안일은 도맡아 하면서 남편과 자녀 위주로 살며 항상 웃고, 관용이 넘치고 친절하며 문제가 생기면 능숙하게 해결한다. 거기다 교양이 철철 넘치는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간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남편의 주기적인 우울감, 불안과 우울증세를 보이는 딸, 분열 정동 진단 장애를 받은 아들! 뭔가 삶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그동안 했던 모든 노력들이 가족을 망쳤다는 것을 깨닫는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앤절린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인에이블러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그녀의 경험담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되돌아보는 나의 삶

가슴이 먹먹하다. 앤젤린의 쓰라린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나의 감성을 건드리면서 눈물이 멈추어지지 않는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세상의 모든 아내들은 새로운 가정을 시작할 때 지혜로운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결심을 굳게 다진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름 좋은 아내, 엄마가 되길 위해 노력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적인 가정은 내가 만들어 놓은 허상이었음을 현실과 부딪히고 깨지면서 깨달았다.

 

다행인지 나는 '좋은 엄마'가 되기에는 인격적 소양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찍 감치 깨달았다. 감히 코스프레도 못할 정도로 자격 미달인 아내이자 엄마였다. 감사하게 미성숙함이 많이 보이는 엄마였지만 아이들은 크게 모나지 않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잘 성장했다. 거기다 나보다 성숙한 남편은 아내에게 휘둘림을 당하지 않고 알아서 충분한 남편의 역할과 아버지의 노릇을 감당했다.


마치며....

되돌아보니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인들을 조장하고 있다면 부디 그 짓을 멈추자. 성장통 없이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음을 기억하며 상대를 도울때와 지켜봐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의 사랑이 상대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크기가 다른 딸기 두 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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