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카운슬러가 내 숙소를 방문하고 간 후, 내 가슴이 더 벌렁거린다. 그녀가 나의 내장을 뒤집어 놓고 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나이 든 사람의 머리 위에 물을 붓는 행위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문화차이인가? 아니면 인종차별인가? 에 대해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하다.
2023.02.16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세례는 문화 차이? 인종차별? -1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 세례는 문화 차이? 인종차별? -1
타향살이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들을 만난다. 나도 2년 동안 뉴질랜드 살이를 하면서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일을 겪은 경험을 가졌다. 그 당시 들었던 마음은 '다 때려치우고 다시 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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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8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세례는 문화차이? 인종차별? -2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세례는 문화차이? 인종차별? -2
뉴질랜드에서 2년간의 공부를 마칠 때쯤 졸업생들과 몇 명의 스텝들과 함께 졸업 여행을 떠났다. 기대하지 않았던 여행이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쾌적한 환경이 지친 마음과 영혼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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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남편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여전히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괜찮냐"라고 묻는데 그 한마디에 훌쩍거림이 곡소리로 바뀌었다. 아~~~ 그래도 어려울 때는 평소에는 얄미워도 남편뿐이 없다. 남편 하는 말이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장난으로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겐통도 당신의 반응에 충격이 큰지 바로 집으로 갔다"라고 한다.
잠들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벌렁거리는 가슴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나: 당신은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남편: 우리는 장로교 신자잖아. 장로교는 목사가 세례식 때 약식으로 손에 물을 묻혀 머리에 뿌리는 식으로 하잖아~ 오늘 겐통이 당신에게 한 것을 보면서 당신이 정식으로 물세례를 받았다는 마음이 들더라.
나: (나는 왠지 그의 말도 안 되는 해석이 화가 나지 않는다. 내 혼이 나갔나 보다.)..........
눈을 뜨기 싫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뉴질랜드 해는 만신창이가 되어 찢어진 나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온 캠퍼스를 환하게 비춘다. 내 마음은 회색빛인데 내가 속한 주변은 너무 밝다. 밝게 비추는 햇살이 얄미워 가까이 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아침 채플에 참석해야 되나 마나 수 만 번 고민하다가 용기를 가지고 발걸음을 떼었다. 저 멀리 그가 보인다. 마주치기 싫어 멀리 떨어져 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바로 강의실로 달아났다.
뒤늦게 강의실로 돌아온 남편이 나에게 프랑스 청년의 말을 전한다. "겐통이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면서 부디 자신의 한 짓을 용서해 달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수업을 듣는데 나의 정신은 은하계를 떠돌아다닌다.
Tea time 종이 울린다. 하던 수업을 중단하고 모두 다이닝룸으로 차와 간식을 먹으로 하나둘씩 사라진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다이링룸에 가니 그도 와 있다. 나한테 다가오더니 아주아주 예의 바르게 사과한다.
프랑스청년: "00, 정말 미안해. 나의 장난이 너무 심했어. 부디 나를 용서해 줄래"
나: 그래, 난 정말 당황스럽고 모욕감을 느꼈거든. 동양에서는 머리가 아주 중요해. 어제 일은 너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고 문화체험이었어.
프랑스청년: (얼굴이 새 뻘겋다)...
나: 우리 남편이 내가 마치 너한테 물세례 받은 거 같다고 하더라. 기대해! 다음에는 너 차례니깐!
우리는 서로 허그하고 악수하면서 훈훈하게 사건을 마무리하였다. 쿨한척하느라 온 우주의 에너지를 다 썼더니 온몸에 기가 빠지고 맥이 풀려 그날 오후는 내내 침대에 너부러져야만 했었다.
사건이 진정된 후에 외국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한 아들들에게 '내가 겪었던 사건이 일반적인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아이들 반응이 예상외로 격하게 나온다. '자신들은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것은 분명 불링(bulling-괴롭힘)이자 인종차별이라고' 흥분하면서 "학장 전화번호 대"라고 성화를 된다. '자기네가 직접 컴플레인한다'라고 하면서 엄청 화를 내 진정시키는데 애를 먹었다.
이렇게 물벼락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겐통은 졸업할 때까지 나에게 깍듯이 예의를 다해 지켰으며 한국에 돌아올 때 아쉬운 이별을 해야 하는 관계로 이어졌다. 지금도 가끔 그의 와이프와 소식을 전한다. (그는 공부하는 동안 같은 반 친구인, 나랑 가까운, 키위 처자와 결혼해 현재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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