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작은 college에서 남편과 학업 하는 도중에 프랑스 청년에게 받은 물세례는 나의 삶에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었고 타문화 입성의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또 하나 평생 기억 속에 사라질 수 없는 'vulnerable"이라는 영어 단어가 내 심장 가운데 박혀 있다.
2023.02.16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세례는 문화 차이? 인종차별? -1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 세례는 문화 차이? 인종차별? -1
타향살이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들을 만난다. 나도 2년 동안 뉴질랜드 살이를 하면서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일을 겪은 경험을 가졌다. 그 당시 들었던 마음은 '다 때려치우고 다시 한국으로
hasim2002.tistory.com
프랑스 청년에게 물세례를 당한 후 격하게 파도치는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갑작스러운 일을 당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나의 요동치는 마음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툭하면 눈물이 흘러 당황스러웠다.
수업 시간에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이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시는 중에 놀라신다. 선생님 표정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읽어진다. 그러면서 공감적인 비언어적 메시지를 순간순간 보내 주신다. 선생님의 따스한 공감에 내 감성이 건드려지면서 굳게 잠가 놓았던 눈물샘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그칠 줄을 모른다.
나: 나는 잘 울지 않는데 눈물이 멈추어지지가 않아 너무 당황스러워 ㅠ
선생님: (아주 따스한 목소리와 안타까운 표정으로) 00야 너는 엄청난 사건을 겪었어. 나는 뉴질랜드 사람이지만 그런 일은 흔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아. 나는 지금까지 그런 일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고 제대로 된 가정에서 자랐다면 그런 무례를 범하지 않지. 아주 드문 일이야. 서양인이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냐
나: 그런데 프랑스 청년이 나한테 사과하고 사건은 다 끝났는데도 나는 왜 아직도 힘들고 눈물이 자주 날까?
선생님: 그건 너의 정서 상태가 vulnerable 하기 때문이야
나: 어? (내 귀를 때리는 처음 들어 본 단어다) vulnerable이 뭐야?
선생님: vulnerable은 너의 상황이 '상처받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이야. 너는 지금 타문화 적응하랴, 영어로 수업하랴, 거기다 갱년기를 겪고 있는 중이어서 정서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어. 그래서 작은 자극에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지!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면서 갑자기 자신이 불쌍해지더니 '훌쩍훌쩍'하던 눈물이 제대로 터져 마음껏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참 차갑고 때로는 냉소적이라 느껴서 정이 안 들었던 70이 다 된 노인네가 나를 감동시킨다.

vulerable 어원 라틴어 vuler(상처를 입히다) + able(... 할 수 있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취약한... (출처 다음 영어 사전)
나는 그녀를 통해 단어 하나와 따스한 공감적 비언어적 메시지가 어떻게 상대방을 위로하고 감동시키는지 먼 이국땅에서 경험했다. 한국어로 '너는 감정이 취약한 상태'야 했다면 별 감동이 없었을 터인데 영어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는 참 묘했다. 그녀를 통해 상처받고 마음이 쓰라린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우는 귀한 경험을 가짐에 감사했다. 현재 그녀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 그녀의 남은 여생이 큰 고통 없이 평안하게 마치길 기도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만델 (Coromandel) 농장의 레이철 가족 이야기 -2 (0) | 2023.03.14 |
---|---|
코로만델(Coromandel) 농장의 레이첼(Rachel) 가족 이야기-1 (0) | 2023.03.12 |
이슬람 사원에 견학 다녀온 후 레포트 제출에서 받은 A+학점 (2) | 2023.02.27 |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 세례는 문화 차이? 인종차별?-3 (2) | 2023.02.20 |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세례는 문화차이? 인종차별? -2 (0) | 202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