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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프랑스 청년에게 당한 물 세례는 문화 차이? 인종차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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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일들을 만난다. 나도 2년 동안 뉴질랜드 살이를 하면서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일을 겪은 경험을 가졌다. 그 당시 들었던 마음은 '다 때려치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였다. '이 나이에 외국에 와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다니' 하면서 밤새 울었다. 프랑스 청년이 나에게 행한 일이 인종차별인가 아니면 문화차이인가에 대해 내내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그 추억(?)을 꺼내어 본다.


2023.01.06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뉴질랜드 (키위)에서의 삶

 

뉴질랜드 (키위) 에서의 삶

뉴질랜드에서의 2년간의 삶 나는 오랫동안 한국 땅에 발을 내딛고 산 사람이다. 해외는 여행으로 잠깐씩 다녀 본 것이 다였다. 그러다가 2019년 말 남편이 은퇴를 하고 2020년 2월 초순 코로나가 확

hasim2002.tistory.com

이웃집 총각, 프랑스 청년

 

남편 은퇴 후 2년 동안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젊지 않은 나이에 뉴질랜드의 한 college에서  공부했다. 그 당시 우리는 기숙사에 머물렀는데 프랑스에서 유학 온 20 중반 남자 청년이 이웃으로 살고 있었다. 그는 내 아들들보다 어린 나이였고 우리, 모두 타향살이하는 같은 이방인으로서 그에게 엄마처럼, 누나처럼 챙겨주고 잘 대해줬다. 그도 나를 잘 따랐으며 가끔 장난도 치는 그런 사이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공동체 생활을 하였다. 기숙사에 속한 학생들은 아침은 각자 해결하고 점심, 저녁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 후 각자 맡은 구역을 매일 청소할 의무가 주어졌다.

 

물세례 사건

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이 체 안 된 어느 날 저녁 식사 후에, 옆에 앉았던 키위(뉴질랜드 사람들 애칭) 여자애와 수다를 떨었다. 갑자기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부터 내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려온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순간 모든 것이 멈추어지면서 나는 서서히 고개를 천천히 왼쪽으로 돌렸다. 주변에는 꼬마들이 키득키득 웃고 있고, 옆집 프랑스 청년은 테이블용 주전자를 든 체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딱 멈춰 서 있었다. 그는 나의 새 빨 거진 얼굴색과 얼어붙은 표정을 보더니 당황하면서 얼음땡이 된 것이었다.

 

순간 '인종차별'인가? '나를 무시하나', '장난인가?', '무슨 일이지?' 빛의 속도로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데, 옆에 앉아 있던 키위 여자애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 우리 집에서도 가끔 이런 장난해!", "친한 친구일 때 하는 장난이야!" 이 말을 들으니 일단은 '인종차별'이라는 생각은 패스! 하지만 나의 벌벌 떨리는 몸과 흥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시 그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하려는 순간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쉽게 멈춰지지 않는다. 너무 놀라고 황당스럽고 수치감도 함께 왔다. 내 생애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일을 이 먼 타국땅에서 아들보다 어린애에게 당하다니! 50대 중반 나이에 훌쩍훌쩍거리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와중에 '내가 영어를 이렇게 잘했나?' 할 정도로 차분하게 말하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나: 내 인생에 한 번도 겪어 보지 않는 일이어서 너무 당황스러워! 처음에는 네가 인종차별하는 줄 알았어. 그렇지만 베띠 얘기를 듣고 네가 장난치는 줄 알았지. 네가 나와 아무리 친해도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아! (이 말을 던져 놓고 '나는 역시 한국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ㅋ) 한국에서 네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나는 너를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는 일이야. 더불어 동양 사람들은 머리를 소중히 여기는데 네가 한 행동은 굉장히 모욕적이었어. 쉘라 쉘라.......

프랑스청년(여전히 주전자를 손에 든 체 얼굴은 새 하얗게 되어 '얼음땡'이다):.............

 

프랑스 총각은 장난으로 한 것인데 예상하지 못한 나의 반응으로 인해 본인이 엄청 충격을 받고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였다.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굳어진 표정을 지었던 것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았다.


멀리서 식탁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던 남편은 내가 울고 웃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여자가 왜 저러지? 제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세한 영문을 모르는 체 사건의 현장으로 온 남편은 나를 진정시키면서 "숙소로 가라"라고 하면서, 프랑스 청년에게 "지금 내 와이프 정서는 정상이 아니니깐 나중에 얘기하자"라고 한다. 

 

나는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훌쩍거리면서 숙소로 향했다. 

 

To be continued.......

 

4명의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손잡고 있는 그림. 글씨는 We are the One.
피부 색깔은 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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