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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English breakfast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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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카페는 참 소박하다. 우리나라같이 인테리어가 화려하지도 않고 세련됨도 없지만 정감이 갔다. 나는 가끔 공부하다 지치고 바람이 쐬고 싶으면 캠퍼스를 뛰쳐나와 학교 주변에 있는 카페에 가서 마음과 몸에 여유를 주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특히 자주 갔던 카페는 학교와 멀지 않았고 더불어 친 자연적이었고 한적한 곳에 위치했었다.


카페 운영 방식은 샵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카페에 따라서 차를 주문하면 진동벨을 주거나 직접 직원이 손님 테이블까지 서비스해 주고, 다 마신 잔도 치워준다.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에 그들의 아날로그 문화가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내가 떠날 올 때까지 키오스크가 설치된 카페는 보지 못했다. 더불어 커피값이 참 착하다. 차의 종류 따라 다르지만 커피 한 잔에 3천 원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년간의 뉴질랜드 살이를 마치고 한국에 상륙했을 때 역문화 적응하느라 적지 않게 고생했다. 2년 사이에 한국 문화가 빛의 속도로 바뀌어서 당황스러웠다. 특히,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그 앞에서 쩔쩔매고 있으면 내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답답한지, 아님 불쌍한지 대신 꾸우꾹 눌러 준다. 그 터치하는 손가락에 감정이 느껴져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카페가 오픈하는 시간은 각기 다 다르다. 학교에서 한 열 번 정도 엎어지면 되는 거리의 길가에 있는 카페는 이른 아침 7시경에 문을 연다. 한국의 카페는 오후 가까이에 열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데 뉴질랜드 카페는 정반대이다. 시내 외에 있는 카페의 클로징(closing) 시간이 3시에서 4시경 사이다. '얘네는 돈 벌기 싫은가? 왜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는 거지!' 궁금해서 친구 Pam(팸)에게 물었더니 "오후에는 손님도 많지 않은데 카페를 열어 놓으면 인건비 지출이 커서 일찍 닫는다"라고 한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는 아침 7시인데도 주말에는 앉을자리를 애써 찾아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부쩍 인다. 가족들과 함께 간단한 아침 식사와 차를 즐기는 풍경을 자주 접한다. 


럭다운(lockdown)이 끝난 날 해방의 기쁨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경치가 좋기로 소문난 학교 근처에 위치한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입구부터 커피 향이 내 오감을 자극해 꿈틀거리게 한다. 카페 주변에 날아다니는 공기마저 커피 향으로 오염되어 숨을 들이켤 때마다 후각을 자극시켜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코를 킁킁거린다. 카페에 들어서니 느슨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고 직원들은 일하던 손길을 멈추고 눈을 맞추어 인사를 건넨다. 남편은 평소처럼 즐기던 커피를 고민 없이 주문하는데, 나는 선득 메뉴 선택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직원에게 추천을 받는 것도 괘안타.

 

나: 아침에는 어떤 차가 좋을까요?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직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english breakfast)는 어떠세요?

나: (양손과 짱구를 절레절레 흔들며) 저, 아침 먹고 왔어요! 아침거리 말고 차를 추천해 주세요~~

직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ㅠ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식사가 아니라 차 이름인데요~

나: (엥? 뭐시라! )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차 이름이라고요? 


어떤 종류의 차 맛인지 궁금해서 바로 고민 없이 주문했다. 아~~~~~~~ 홍차네!!!  알고 보니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는 홍차의 한 종류였다. 왜 아침에 나한테 이 차를 추천했는지 검색을 통해서 이해가 되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티(English breakfast tea)는 보통 진한 맛과 향을 가지며 우유와 설탕을 첨가해 마시기 좋은 홍차 브랜드의 한 종류이다. 잉글랜드의 전통적인 아침 식사인 잉글리스 브렉퍼스트의 격식과 관련이 있다. 주로 아침에 마신다.                                                                                                                          (출처 위키백과)

 

뉴질랜드는 그들 조상, 영국의 영향을 받아 tea time 문화를 여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오전 10시 30분에 티타임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종이 울리면 하던 수업을 멈추고 식당에 모여 담소를 하며 쿠키와 함께 차를 마신다. 오래전 호주에 머물렀을 때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같은 영국 조상을 가진 호주에서도 티타임이 있었는데 주로 그들은 홍차를 즐겨 마셨다. 진한 홍차에 우유와 혀가 마비될 정도로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하게 마신다. 그때 나도 그들의 방식을 따라 하면서 홍차의 맛을 제대로 맛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마시는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향긋한 홍차 한 잔은, 옛 추억을 소환했으며 럭다운에서의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에 과분할 만큼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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