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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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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일찍이 저녁을 챙기고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다. 늘 다니던 산책 코스가 아니라 반대편 동네로 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고 석양이 지어가는 하늘은 열두 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형형색색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구인광고

걷다 보니 지난번 피시앤칩스를 테이크아웃했던 가게를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마감 시간이 되었는지(뉴질랜드 샵은 일찍 문을 닫는다. 큰 시내가 아니면 보통 5시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다.) 가게는 텅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청소 중이었다.

 

경력자 모집

갑자기 내 안구가 게눈이 되어 시야가 확장되면서 무언가가 나의 시선을 끌어당겨 가던 길을 멈추게 하였다. 가게 창문에 '경력자 모집'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대문짝 하게 보인다. 바로 그 순간  '어! 나네! 내가 경력자잖아!'라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가게로 안으로 직진했다. 

 

나: 경력자 모집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직원: 아~ 네. 현재 모집 중입니다.

나: 나는 00 학교 학생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서 세프로써 학생과 스텝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어요. 경력자로 인정이 될까요?

직원: 그럼요, 지원 가능합니다.

나: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 가능할까요?

직원: 그 정도면 충분해요! 지금은 매니저가 없으니 내일 전화하고 찾아오세요~

 

그러면서 매니저 전화번호를 적어 준다. 오호라! 내 영어가 충분하다고!!! 갑자기 자신감과 자존감이 샘솟듯이 올라오는데 옆에서 찬물을 끼얹는 인간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남편이다!! 

 

남편: 당신 어떻게 하려고 해? 영어도 잘 못하면서

나: 걱정하지 마! 직원이 이 정도 영어면 문제없다고 했거든!

남편: 전에 봤잖아. 손님들이 엄청 많은 거! 그 많은 주문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해?

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됩니다~~ 아직 결정도 안되었는데 벌써 걱정이야!


 

Raglan Fish Shop entrance

 


 

성격차이

남편과 나는 비슷하면서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고형이고 나는 행동형이다. 남편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며 무언가 결정할 때 아주 오래 심사숙고한다.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는 신중한 성격이다. 반면, 나는 행동이 뇌를 거치지 않고 나갈 정도로 성격도 급한 돌진 행동파이다. 호기심과 모험심도 많고 도전적이어서 새로운 시도를 잘하고, 일단 부딪히면서 수도 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업적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데 행동파 아내를 둔 남편은 아내가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일로 인해서 염려가 쌓인다. 반대로 아내인 나는, 음식점에 가면 메뉴판 앞에서 후다닥 메뉴를 고르지 못하고 묵상하는 남편으로 인해 속이 터진다. 결혼 전에 이 모습을 봤을 때 진즉에 알아채야 했었는데 그마저도 멋있어 보였으니, 내 눈을 두 손가락으로 찌르고 싶다.

 


매니저와 인터뷰

그다음 날 가게로 전화하자 매니저가 인터뷰하러 삽으로 나오라고 한다. 체격이 건장한 그녀는 몇 마디 물어보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채용하겠다"라고 하면서 한국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고 한다. '한국을 대표해서라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하고 있는데 오너가 들어온다. 그녀는 나를 그에게 소개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한다. 제일 중요한 시급에 대해서 물어봤다. "초급은 19달러인데 너는 경력자래서 21달러를 준다"라고 한다. 와우! 급 뉴질랜드가 사랑스럽고 이 나라에서 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어떤 증명도 없이 내 말만 믿고 결정을 하다니! 멋있다! 뭔가 너무 쉽게 빨리 결정이 되어 좀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나도 그를 신뢰하면서 그다음 날부터 일하기로 했다.


며칠 후에 내 뉴질랜드 친구인 모리스 부부를 만났는데 나보고 "계약서를 썼냐"라고 묻는다. "아니, 매니저가 필요 없다고 하던데"라고 하자 그는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쓰는데 이상하다"라고 한다. 음..... 갑자기 불안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괜찮겠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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