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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표절은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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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뉴질랜드 College는 일 년에 두 학기제(two semester)로 운영되고 학기 중간에 쉬는 시간(term break)이 있다. 예를 들어 첫 학기에는 8주 수업하고 2 주간의 쉼을 갖은 후 바로 12 주 수업을 하고 방학에 들어간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방학 전, 학기 중간에 짧은 방학이 한 번 더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교육 과정과 다른 점은 여름 방학이 겨울방학보다 더 길다. 처음에는 뉴질랜드 교과 과정이 이해가 안 되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8주 수업하고 2주나 휴식시간을 갖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학비도 아깝다는 마음도 들었다. 막상 수업을 해보니 아주 아주 합리적인 커리큘럼이었다.

표절은 범죄

뉴질랜드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다. 활동적인 수업이 많고 그룹으로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있어 수시로 모여야 되며, 특히 과제가 만만하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이유로 학기 중간에 2주간의 짧은 쉬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번아웃 되어 수업 과정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들이 학기 초기에 수업 계획표(syllabus)를 나누어주는데 그 안에 한 학기 동안 진행될 수업 내용과 과제와 제출 날짜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수업 따라 가랴, 계획표를 소화해 내느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표절을 자동적으로 잡아내는 시스템

과제는 'Turn in'이라는 사이트에 올리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표절'을 잡아 내며, 불명예스럽게 '표절'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낙제가 되거나 선생님에게 호출되어 지도를 받는다. 지금은 표절에 대한 인식 변화가 많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아 한국 학생들이 아무 의식도 없이 표절을 해서 곤욕을 치른 경우가 있었다고 들었다.

 

다른 서양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표절을 범죄로까지 몰고 간다. 단지 따옴표만 했다고 해서는 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표절할 수 있는 문장이 제한되어 있으며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하고 문장을 바꾸어 표현(parapharase)하는 방법으로 표절을 피해야 한다. 선생님은 표절을 피하기 위해 일 년 내내 문장을 바꾸어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시고 틈만 나면 연습하게 하였다.

 

실제 사례

내가 아는 지인은 표절에 걸려 낙제할 뻔했다고 했다. 그는 고위 공무직으로 은퇴하고 우리처럼 제2의 인생을 살고자 먼 나라까지 가서 공부했다. 그분의 경력과 학력은 세상적으로 화려했다. 유럽에서 석, 박사 학위를 다 마치고 유럽 주재원으로 오래 일해서 영어에도 능통했다.

 

그분이 공부할 때는 한국에서 표절에 대한 의식도 없었을뿐더러 인터넷이 없던 시대여서 표절을 해도 누가 작정하고 찾아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때였다. 세월이 바뀌어 그분이 호주에서 공부하는데 하루는 선생님이 호출해서 갔더니, "과제에 표절이 발견되어서 낙제"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박사 논문 쓸 때 한국어로 썼냐"라고 묻더란다. 이 말의 해석은 '박사 학위까지 받은 네가 표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말이 돼?'라는 뜻이다. 너무나 부끄럽고 당황스러워서 밤새 '학교를 중도에 포기해야 되나?' 하는 고민을 한 경험을 이야기해 줬다.

 

수업 과제

나는 선생님들이 내 준 과제가 익숙 해기 전까지는 날마다 안개가 가득한 망망대해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과제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과제를 빨리 해치울 성급한 마음에 매일 책상을 지키고 있는데 그 내용이 명확하게 인지가 안 되어 한 시간 동안 과제가 적힌 종이를 뚫어지도록 쳐다봤다.

 

나중에 그들의 교육 과정에 익숙해지니 시스템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과제를 제대로 충실히 하려면 일단 수업을 성실하게 잘 들어야 한다. 선생님이 수업하는 내용 안에 과제에 대한 매뉴얼과 정보가 다 포함되어서 불성실하면 과제를 제대로 해내기가 어려웠다. 과제에는 반드시 참고 문헌이 들어가야 하며 각주를 붙여야 한다. 논문도 아닌데 철저하게 관리한다. 

 

에피소드

과제 점수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점수가 인색하기로 소문난 알렌 선생님이 계시다. 이분은 점수를 0.1 단위까지 계산해서 성적을 매긴다. 학기말에 내 폰으로 점수를 보냈는데 79.7점으로 C+를 받았다. 나름 자신 있는 과목이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점수를 받으니 기분이 상했다. 점심때 학교 식당에서 선생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자동적으로 컴플레인이 나왔다. 

 

나: 알렌, 내 생일에 최악의 선물을 준거 알아요? 어떻게 나한테 C+를 줄 수 있어요?

알렌선생님: 노, 노! 그렇지 않아. 그건 최악의 점수가 아니야. 너는 C 마이너스가 아니라 C 플러스잖아!

나: 뭐래!!! C~~~~

 

 

도서실에서 셀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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