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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뉴질랜드 학교의 수업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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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College

우리는 코로나가 막 시작하기 무렵에 뉴질랜드의 아주 작은 College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였다. 남편과 나, 둘 다 늙은 유학생이었다. 남편은 3년 전에 조기 은퇴하고 새로운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뉴질랜드로 날아갔다.

 

첫 일 년은 ESL 코스를 했으며 두 번째 해에는 L5 코스를 들었다. 뉴질랜드 College는 2년 제로 운영된다. 1학년은 L5이고 2학년은 L6로 불리어진다. Colleg를 졸업하면 종합대학인 University에 편입 자격이 주어진다. 땅덩이에 비해 인구수는 현저히 작은 뉴질랜드는 종합대학이 몇 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대신 크고 작은  College들이 뉴질랜드 전역에 흩어져 있다.

 

하여간 그나마 E-sol 코스는 별 어려움 없이 해냈는데 갑자기 업그레이드된 L5 코스는 첫 시간부터 헤매기 시작하더니 학기를 다 마치는 날까지 내 수준은 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함께 공부한 학생 중에 제일 나이 어린 학생이 19살이었고, 거의 대부분 파릇파릇한 20대였으며 최고령자는 60대 초반인 남편이었다. 


뉴질랜드 수업방식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남편과 나는 우리나라 교육방식과는 전혀 다른 뉴질랜드 수업에 적응하느라 개고생 하였다. 요즈음은 한국도 수업 방식이 많이 달라져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들었다.

 

뉴질랜드 수업은 토론식 수업이고 학생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낸다. 수업 방식도 선생님마다 다양하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자료들을 가지고 학생들의 흥미를 이끈다.

 

뉴질랜드 초등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고 들었다. 각 학년별로 배워야 할 1년 학습 목표만 정해 놓고 선생님들이 모든 과제를 다 일일이 만들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준비해야 되는 수업 내용이 많고 심지어는 준비물을 자비량으로 구입한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수업 준비와 열정에 따라 수업의 질은 큰 차이를 보인다.


뉴질랜드 선생님

나는 처음에는 뉴질랜드 선생님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이 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몇 마디 던져 주면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발표하거나 수업과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아니면 옆에 있는 친구와 수업 내용에 대해 나눈다. 선생님들보다 학생들이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

 

가끔 선생님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왜 키위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괴롭히니? 한국 선생님들은 혼자서 수업을 다 이끄는데!"라고 했다. 나중에 키위 수업에 익숙해보니 선생님들의 다양한 수업 방식이 수업 참여도를 높여 주고 흥미를 갖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활동들, 또한 모든 준비물을 선생님이 직접 챙겨 오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게으르다고 판단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영어도 짧은데 거의 매시간 수업에 참여하느라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나마 짧은 영어라도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데 키위선생님(뉴질랜드인을 지칭하는 단어)들의 악센트와 빠른 영어는 코레일 기차가 지나가는 속도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옆에 남편이 있어서 도움을 받고 눈치로 알아차리는데 그것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었다.


뉴질랜드 수업시간

선생님이 수업 내용을 설명하고 토론 주제를 학생들에게 던지고 옆에 친구와 나누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토론 수업에 익숙한 키위들은 정말 말을 잘한다. 자기주장과 의견을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말하는 그들이 하늘만큼 땅만큼 부러웠다.

 

하여간 뭘 알아 들어야지 나누지!라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용암 분출하듯이 솟아오른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생님이 무슨 얘기했는지 전혀 모르겠어! 너네들끼리 이야기해. 난 옆에서 들을게"! 그런데 경로사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그들은 "그럴 수 없다"라고 한다. "너도 학생이니깐 참여해야 된다"라고 한다.

 

역사가 짧고 젊은 나라인 뉴질랜드는 다른 서양 나라들 보다 '평등 문화'가 일찍 뿌리를 내렸다. 유럽에서 온 친구들도 너무 자유스러운 키위 문화에 대해 놀란다.

 

어느 정도 자유스러우냐면 수업 시간에 뜨개질하는 학생도 있고, 바닥에 눕는 친구들도 봤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선생님한테 "저들이 하는 행동이 일반적인가"에 대해 물었는데 "그렇지는 않다"라고 한다. 어쨌든 이 나라에서 살면서 때때로 이들의 '평등 문화'가 참 섭섭하다. 차별이 없는 것은 감사한데 이럴 때는 차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나이도 많고 외국인인데 이 젊은것들이 전혀 배려를 안 해준다. 나는 자주 '이 근본 없는 것들' (물론 속으로)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즉석 조별 수업 발표하는 모습

 

젊지 않은 나이, 지천명을 넘기고도 훌쩍 넘은 나이에 도전한  2년간의 유학생활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전쟁터와 같은 나날들이었지만 되돌아보니 참 축복 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20대 젊은이들과 수업하고 그들의 문화를 알고 익히고 이해하는 시간들이었으며 우정을 나눈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담은 시간이었다.

 

또한 나이 많다고 왕따도 시키지 않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귀찮아하지 말고 친절하게 포기하지 않고 가르쳐 준 그들에게 고마움이 넘치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아~~~ 궁금하다!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그리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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