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글란에서의 여름이 깊어 가고 있음을 계절이 먼저 소식을 전한다. 목을 조이듯이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이 왔음을 변덕 부리는 기온차로 느낀다. 한 주 모자란 두 달 가까이 라글란살이에 정도 들었고 그동안 산책하면서 구석구석 뒤졌던 동네 골목 풍경들도 다 익혀서 매일 마을 한 바퀴 도는 즐거움이 컸다. 하지만 뉴질랜드 새 학기는 여름 방학 후부터 시작되어 이제 서서히 내가 있어야 할 현실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다시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는 마음만 가지는데도 가슴이 묵직하다. 여기가 좋사오니 하면서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밀물 되어 내 마음을 덮친다.
2023.01.21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이날도 일찍이 저녁을 챙기고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다. 늘 다니던 산책 코스가 아니라 반대편 동네로 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고 석양이 지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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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신청하기
라글란 피시'에서 일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언제 주급을 주는지" 궁금해 함께 일하는 네덜란드에서 온 처자에게 물었더니 "주말"이라고 답하는데 매니저는 나에게 아무 언급도 없다.
나: 주말에 주급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내 주급은 어떻게 되는 거니?
매니저: 너의 IRD 번호가 필요해?
나: (조용히 매니저 손에 내 학생 카드를 얹어 놓았다) 여기 있어~
매니저: (당황하면서 웃는다) 이건 IRD 넘버가 아니야!
나: 그럼, 뭔데?
매니저: IRD 넘버는 너의 개인 세금 번호야. 네가 뉴질랜드 어디서든지 일할 때 이 번호가 있어야 돈을 받을 수 있어
나: (헐) 그냥 현금으로 주면 안 될까?
매니저: 그건 불법이고, 신고하면 국세청에서 큰 벌금을 우리 가게에 물리게 해.
IRD 번호 받기
IRD는 뉴질랜드의 Inlane Revenue Department의 약자로 뉴질랜드 국세청이다. 세금을 징수하고 그 세금으로 경제적 사회적 복지를 개선, 지원하는 정부 부서이다.
아~~~~ 뭐 이리 복잡하니!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거주 비자가 있는 사람은 인터넷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라고 해서 부지런히 작성하는데 한 페이지에 멈추어지면서 다음 진행이 안된다. 일주일 동안 골백번 시도하다 포기하고 해밀턴에 있는 IRD 사무실로 직접 두 번이나 찾아가서 드디어 번호를 받았다.
IRD번호를 매니저에게 알려 주자 행정 담당하는 직원이 급여를 보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국땅에서 영어도 딸리는 50대 중반 아줌마가 외화벌이를 다하다니! 나는 애국자이다! 기특해서 짱구를 마구 쓰담쓰담했다.
엥! 통장을 확인하니 내가 계산한 금액보다 숫자가 낮게 찍혔다. 분명 오너는 나에게 경력자 인정을 해서 시간당 21불 준다고 했는데 19불로 계산이 되었을뿐더러 내가 일한 시간보다 적게 기록이 되었다. 음.... 가만히 있으면 한국 아주머니가 아니제! 그동안 개인적으로 기록해 놓았던 총 일한 시간과 더불어 오너가 나에게 말했던 수당에 대해 언급하는 편지를 보냈다.
예전에 IELTS (아이엘츠-영국에서 만든 국제 공인 영어 시험,) 쓰기 (writhing) 준비하면서 열심히 컴플레인 편지 썼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시험 준비가 너무 힘들어 지구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었는데, 지금 요렇게 써먹을 줄이야! 인생사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없나니, 당장 힘들고 괴롭고 죽고 싶어도 버티다 보면 언제 가는 좋을 꼴을 볼 날이 오나니~부디 힘든 인생들이여! 잘 버텨내길 바라고 바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원합니다.
월급정산
사랑하는 연인 기다리듯이 애타는 마음을 가지고 그녀의 메일을 기다렸는데 굿뉴스와 함께 날아왔다.
"네가 계산한 시간이 정확하며, 오너가 너의 경력직을 인정해서 시간당 21달러(뉴질랜드 달러) 지불한다고 했다. 다시 정산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세로토닌이 머리부터 내장까지 넘쳐 나와 감사가 영혼을 깊이 감쌌다.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냐?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이국땅에서 이 연세에 버벅거리는 영어로 나의 권리를 찾았다는 일은 고무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나 자신에게 "참 잘했어!"라고 격려의 말을 건네주었다.
세금 10 % 제외하고 총 90만 원 정도 한 달 일한 수고의 대가를 돌려받았다. '라그란 피시' 샵에서 땀 흘렸던 시간을 되돌아보니 가슴 한 공간에 오래 남을 소중한 경험이었고 동시에 풍요로운 추억을 남겨준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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