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아 - 논어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문구이다. 공자 왈,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배운 것을) 익힌다면 즐겁지 아니한가? 세상에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자의 깊은 뜻을 감히 헤아려 보자면 '공부는 힘들지만 그것을 통해 깨닫고 얻는 기쁨이 있다면 그 즐거움이 크지 않겠는가!'라는 뜻이 아닐까?
일상의 소확행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배우고 익힌 것을 사용할 때와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다. 이것은 어떤 즐거움 못지않게 내 영혼을 충만하게 하고 나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이 기쁨을 하루도 놓치지 않고 싶어서 매일 일상 속에서 늘 배우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요즈음 아이패드 드로잉에 흠뻑 빠져있는 중이다. 옛적부터 끄적이고 낙서하는 것을 좋아한 것이 취미로 이어졌다. 예전에는 아날로그 세대답게 종이 위에 각종 색색깔의 색연필과 사인펜을 가지고 원하는 그림을 구글 이미지에서 찾아 따라 그렸다. 주로 매일 쓰는 일기 위에 그림을 그려 놓았다. 그러다가 티스토리를 하면서 나의 끄적임은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초보 드로잉의 고뇌
처음에는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할 엄두를 못 내었다. 글쓰기만도 벅차서 아들이 중고로 구입해 준 아이패드를 한쪽에 얌전히 모셔 놓고 쳐다만 보았다.
포스팅을 하다 보면 매일 글 주제와 맞는 그림이나 사진이 필요했는데 저작권 때문에 퍼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직접 그림을 그리자'로 마음이 옮겨졌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드로잉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깔고 가장 기초적인 것만 배우고 바로 그리기 작업을 시작했다.
나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다음 저지른 것을 수습하다 보면 얻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며 때로는 큰 교훈과 함께 영광스러운(?)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셀 수 없이 반짝이는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채운 것처럼 내 마음에 가득히 있는 호기심과 모험심이라는 빛나는 별이 두려움을 덮는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은 호기심만큼 두려움도 크다.
드로잉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는 어렵다. 먼저 포스팅한 후에 글 주제와 관련된 포인트를 잡고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구글에 들어가서 검색한 후 20분 만에 후딱 따라 그려낸다.
소확행의 뒷모습
배우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이 나이에 뭐 하는 짓인지?'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든다. 그림을 그리다 뜻대로 안 되면 '다아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도 용암 끓듯이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나의 '원초적 자아'를 달랜다. "기본만 하자! 매일 하나씩 그려내다 보면 나아질 날이 오겠지~~~" 나를 달래고 토닥거리면서 매일 출산의 고통을 겪는다.
이렇게 완성도와 나의 기대치를 내려놓고 거의 매일 하나씩 그려 내고 있는 중에 어제부터 지인한테 일주일에 한 번 쌕 줌(zoom)으로 아이패드 드로잉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과 기법을 배우면서 인간의 신기술 발명에 감탄으로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자, 그녀가 그런다.
" 이 앱을 만든 사람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그리는 것은 별 놀랄 일이 아니죠~"
어쨌든 그녀 덕분에 아이패드의 드로잉 세계가 더 확장될 것 같다. 비록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배운 것을 3분의 2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냈지만 배운 것을 또 배우고, 배우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것이 되리라 믿는다.
'소소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마라톤의 목표는 승자가 아니라 완주에 있다. (0) | 2023.03.20 |
---|---|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 (2) | 2023.03.13 |
외할머니의 콩나물 키우기 (3) | 2023.03.11 |
내 친구 영희-2 (2) | 2023.03.10 |
일상의 리추얼 (1) | 2023.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