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짐'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썩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온전한 것을 선호하는 세상에서는 '깨어짐' 단어의 뉘앙스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인생이든 관계든 사물이든 조각나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킨츠기'를 아시나요?
킨츠기는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로 '킨'은 '금'이고, '츠기'는 '이어 붙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본 도호쿠 예술의 한 종류로 깨진 기물을 생옻으로 결합한 뒤 금가루, 은가루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는 보수 공예의 일종이다.
일본 친구에 의하면 "일본에서 시작된 공예"라고 한다. 예전에 일본에서는 도자기를 구울 도공이 없어 도자기를 수입했다 한다. 이렇게 도자기가 귀하던 시대에 혹시 깨지기라도 하면 버리기 아까워 시작한 작업이 '킨츠기'였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자리 잡고 있던 '킨츠기'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형 공예였다.
'킨츠기를 접하게 된 계기'
작년에 아는 지인을 통해 '킨츠기'를 처음 접했다. 그때는 별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세상, 참 할 일 없는 공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 변화의 속도에 맞지 않게 '깨진 접시나 도자기를 시간을 들여 쭈그리고 앉아 별 짓(?)을 다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군다나 깨진 조각을 이어 붙인 후에 금가루, 은가루를 그 이음새에 덧붙여 장식의 효과를 준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마음은 '돈이 넘쳐 나구나!'와 동시에 '귀족 취미'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더 반항심이 세게 올라왔다. 이런 내가 얼마 전에 킨츠키에 대한 기사 한 꼭지를 읽고 마음의 색깔이 확 달라졌다.
일본의 전통문화 '와비사비'
'와비사비'는 일본 전통문화를 뜻하는 단어이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미적 관념이자 철학을 말한다. 오래된 것을 고쳐 쓰고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사상이다.
요즈음 같이 하루 지나면 신상품이 쏟아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 문화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시대를 넘어서서 자신들의 것을 잘 보존하고 아낀다. 이런 철학은 배울만 하고 마음에 쏙 든다.
자신이 아끼는 기물이 파손되었을 때 몸의 한 부분이 잘라져 나가는 아픔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이거나 값으로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다면 더더욱 어떻게든 고쳐서라도 회복시키고 싶을 것이다.
불완전한 아름다움
깨진 도자기를 수리한 사진을 보았을 때 탄성이 나왔다. 깨진 기물을 이은다고 하면 이음새가 보이지 않아야 하고 깜쪽같이 모를 정도로 표시가 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킨츠기는 수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깬 예술이었다. 오히려 그 이음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거기에다 금이나 은가루를 씌워 일부로 새겨 놓은 문양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고급지게까지 보였다.
깨어지지 않으면 색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을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것이 '킨츠기'이다. 혜민 스님은 '멈추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쓰셨는데, 킨츠키는 '깨어져야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은 킨츠기로 수리한 기물이 영구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신통방통하게 사람도 아닌데 한 번 깨진 도자기는 자기가 깨진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언제가 또 깨지려는 관성이 있다 한다. 킨츠기의 역할은 "다시 수리하게 하는 그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깨어짐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기회
킨츠기를 통해 깨어짐은 고통과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다는 것을 배웠다. 킨츠기에서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살아오면서 깨어진 인생의 조각들도 하나씩 이어 붙이다 보면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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