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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스페인 산티아고길을 걷다

Uterga로 가는 길에서 유채꽃, 노란향기를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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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로 향하는 방법은 순례객마다 다 다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차로 일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남편과 나처럼 온전히 자기의 발로 걷는다.  어떤 순례객은 걷다가 힘들면 나머지 길은 히치하이킹이나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스페인 북부 주민들은 순례객을 만나는 일이 일상이다. 그래서 순례객들에게 호의를 잘 베푼다. 길 안내도 잘해주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애쓴다.


히치하이킹과 관련된 에피소드

 

히치하이킹에 대한 웃긴 에피소드를 순례의 길에서 만난 한국 청년 순례객에게 들었다. 한국 청년은 20일 동안 산티아고길 완주를 목표로 해서 하루에 40km 거리를 강행군해서 걸었다고 한다. 힘들어서 더 이상 걷기 어려울 때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히치하이킹을 이용했단다. 일단 남자는 여자보다 히치하이킹하기가 유리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묘수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부상당한 것처럼 연기를 하고 길 위에서 엄지 손가락을 높이 들어 올렸단다. 그러자 지나가던 차가 멈추고 친절한 스페인 운전자는 그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단다. 마침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마을에 일주일에 한 번 장터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는 짐을 알베르게에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 장터를 둘러보았다. 아~~ 마침 그때 그를 태워줬던 운전자를 장터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 운전자는 순례객을 보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더란다. 왜냐면 자신의 차에서 내려준지 1시간도 채 안 되었는데, 부상당해서 걸을 수 없었던 순례객이 멀쩡한 다리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보니 스페인 운전자는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었을 테니깐!


다양한 방법으로 산티아고 길을 걷는 순례자들

 

나는 순례의 길은 우직하게 두 다리로만 걸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길 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맞게 길을 가는 순례객들을 보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간혹 나이 든 순례객들이나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배낭을 미리 머물 숙소에 보내고 ('모칠라'라고 함 -donkey service는 잘못된 표현이고 못 알아들음-거리에-거리에 따라서 3~5유로 함) 맨 몸으로 걷는 경우도 종종 봤다. 인생의 정답이 없듯이 길 위에서의 정답도 없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어 길 위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Villava로 가는 길은 초록물결로 뒤덮인 밀밭으로 인해서 행복했지만 마을은 좀 지루했던 그곳을 떠나 우린 Uterga로 가는 길에 올랐다. Uterga를 가려면 대도시 Pampelune를 거쳐가야 된다. 아침 일찍 산티아고를 향해 부지런한 발걸음을 움직이는 순례객들만큼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마음도 바쁘다. 마침 우리가 걷는 시간이 그들의 출근길이어서 바쁘게 삶의 현장으로 향하는 도시인들을 Pampelune를 빠져나가는 내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일터로 바쁘게 향하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Uterga
우테르가(Uterga)는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 자치 지역에 위치한 도시이자 지방자치단체이다. 정말 작은 마을이며 이 마을은 Camino de Santiago가 교차하는 Calle Mayor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XNUMX 세기 고딕 양식의 La Asunción 교회를 찾을 수 있다.

Pampelune를 벗어나자 믿기 어려운 풍경이 나의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아니다! 그 풍경이 다 들어오기에는 내 시야가 너무 좁아서 한탄이 되었다.

 

유채꽃 향연

 

노란 유채꽃이 광활한 대지를 뒤덮고 있었으며 바람 따라 노란 물결이 춤을 추고 있었다. 수만 마리의 벌들은 유채꽃이 베푼 향연에 초대되어 날갯짓으로 화답하면서 그들의 본업을 잊지 않고 열심히 꿀을 모아 나르고 있었다. 벌의 날갯짓 소리는 마치 순례객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소리로 들렸다.

 

! 힐링이다. 걷느라고 고생한 순례객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수만 번 흔들리면서 유채꽃을 피웠을 것을 생각하니 그 세월을 견딘 그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꽃대까지 흔들리면서 우리에게 잘 가라고 인사한다. 노란 물결의 유채꽃만큼 아름다웠던 것은 성숙한 순례객(일부는 제외하고)들과 마을 사람들의 배려심이었다. 유채꽃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꽃 밭에 들어가 생명을 짓밟으면서 사진 찍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 그런데 나는 사진을 찍었다!!! 미리 누군가가 흔적을 남겨 두었던 자리에서 나는 버젓이 사진을 찍었다.

 

노란물결, 노란향기 가득한 유채꽃 밭

 

파란 하늘 위에는 파도가 지나간 것처럼 물결의 흔적만 남아 있고 대지는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세상! 노란 향기를 맡으면서 스쳐가는 산티아고 길은 내 영혼까지 노랗게 물들게 했다. 유채꽃이 더 머물다 가라고 연신 꽃대를 흔들었지만 가야 할 목적지가 있어 아쉬운 발걸음을 가슴에 묻으며 Uterga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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