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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스페인 산티아고길을 걷다

산티아고 길을 안내한 다양한 이정표 남편과 나는 50대 중반과 초반 나이에 산티아고 길을 걸었었다. 사전 준비와 충분한 지식 없이 2 주 만에 야반도주하듯이 후다닥 짐을 꾸려 순례의 길을 떠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하면서도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 그렇게 가지 않았다면 우리가 생전에 그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에 역행하는 여행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문명의 변화의 속도에 역행하는 일이다. 로켓으로 달나라, 화성까지 가는 시대에 걸어서 이역만리 길을 간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에 그 빛을 좇아가면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느린 행보를 하겠다고 세계에서 많은 순례객들이 모여드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더보기
Zubiri에서 만난 모녀를 또 만나다. Viana의 허름한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음산하더니 내부도 어둑 침침하고 마을도 회색빛이다. 날씨가 스산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컨디션 때문인지 마음이 마루 바닥까지 꺼지는 느낌이다. 하여튼 오늘 더 걷는 것은 무리가 될 듯싶어 여기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반갑지 않은 발걸음을 숙소 안으로 들여놓는데 이 이역만리에서 우리를 환하게 반겨준 이가 있었다. 쥬비리(Zubiri) 공립 알베르게서 나를 울린 모녀를 여기서 또 만날 줄이야!!!! 벌써 우연한 만남이 3번째다. 만남이 잦다는 것은 그녀들도 우리와 보폭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2023.01.01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다] - Zubiri에서 나를 울린 모녀 Zubiri에서 나를 울린 모녀 Espinal에서 충분한 쉼을 .. 더보기
산티아고 길위의 작은 성당에서 마주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2023.01.16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다] - 스위스 할머니가 걷는 이유 스위스 할머니가 걷는 이유 Lorca에서 알베르게 주인의 따뜻한 환대는 걷느라 지친 우리 몸과 마음에게 평안한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다. 4명이 머무는 방에 우리 외에는 다른 순례자는 없었다. 그동안 적게는 한 방에 열명에 hasim2002.tistory.com 로카(Lorca)에서 알베르게 쥔장의 따스한 환대와 스위스 할머니의 인연을 아쉬움으로 남기고 길을 찾아 나선다. 하루 더 머물면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더 관찰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아프지 않은 한 하루 이상 머물지 못하게 한다. 어쩌면 '그들의 인심이 사납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순례객들을 위한 배려이다. 나그네를 위한 알베.. 더보기
산티아고 길위에 소확행 젊지 않은 나이 50에 매일 20km 이상을 걷는다는 일은 인생의 적지 않은 큰 모험이었다. 그 먼 거리를 완주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산티아고 길을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일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즐거움은 숙소에 도착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마트에 가서 요리할 재료 잔뜩 사 오기, 각 나라에서 온 순례객들과 교제하기 등이다. 그중에서 압도적인 표를 차지하는 소확행은 매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과 빵이었다. 순례자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우리의 순례 일정은 보통 아침 8시 좀 넘어 시작한다. 다른 순례객들보다 출발이 늦은 편이다. 일찍 떠나는 사람은 새벽 6시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머리에는 칠흑 같은 어두움을 물리쳐 줄 소형 렌.. 더보기
스위스 할머니가 걷는 이유 Lorca에서 알베르게 주인의 따뜻한 환대는 걷느라 지친 우리 몸과 마음에게 평안한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다. 4명이 머무는 방에 우리 외에는 다른 순례자는 없었다. 그동안 적게는 한 방에 열명에서 몇 십 명씩 함께 머무는 숙소에 있었기 때문에 남편과 나만 덩그러니 있는 방은 낯설었다. 알베르게 주인이 우리 방에 한 명만 더 받는다고 했는데 누가 맞은편 침대의 주인이 될까 궁금했다. 순례자의 정체성 남편과 필요한 물품을 사러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도 작았지만 식료품점도 정말 작았다. 지금이 오렌지철인지 올망졸망한 오렌지들이 양파망에 옹기종기 촘촘히 모여있었다. 가격도 너무 착했다. 큰 양파망에 가득 찬 오렌지가 겨우 5유로라고 한다. 배낭만 없다면 짊어지고 이어지고 가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났지만 우리의 .. 더보기
Lorca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다 다른 북쪽 마을과는 달리 Lorca의 진입로는 평지가 아닌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강한 태양을 고스란히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느라 고생했다. 마을 입구인 언덕에 서니 앞이 탁 트인 마을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숨이 차고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다. ALBERGUE DE LORCA Lorca는 공립 알베르게가 없어서 우리는 그 전날 미리 찾아 놓은 저렴한 사립 알베르게인 'R.P. de Lorca'로 직진했다. 알베르게는 바로 마을 진입로에 있어서 고생하지 않고 쉽게 찾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스페인 남자가 환하게 우리를 아주 반갑게 환대해 준다. 그의 환한 미소가 먼 길을 고생하면서 걸은 노고를 다 잊게 해 준다. Lorca에서의 따뜻한 환대 그는 우리가 단번에 한국 사람인 것을.. 더보기
산티아고를 걷는 이유 Lorca 입성 한낮에 뜨거운 태양을 정면으로 맞이하면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니 작은 마을의 시작점을 알리는 푯말이 입구에서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Lorca이다! 일단 마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숙소를 찾는 일이다. 보통 순례의 길을 떠나기 하루 전날에 그다음 행선지를 정한다. 얼마나 하룻길을 갈 것이며, 숙소는 어디로 정하려는지 등을 계획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다음 날, 여기저기 쑤신 몸뚱이와 한 몸이 된 배낭을 등에 업고 목표한 길을 떠난다. 길의 소실점인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면 발걸음이 빨라지고 내 머릿속에는 숙소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우리는 가격이 매우 착한 공립 알베르게에서 숙식했기 때문에 조금만 늦게 가도 자리가 없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 마음이 느긋해질지.. 더보기
삼식이와 동행- Lorca가는 길 Uterga를 뒤로하고Uterga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그 전날 삶아 놓은 계란과 과일로 아침을 대신한 후 부지런히 길을 찾아 나섰다. 말은 부지런히 나섰다고 하지만 알베르게에서 우리는 거진 마지막 주자로 길을 나선 순례자 중의 하나였다. 급히 서두를 이유도 없었고 밤새 순례객들이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개운하지 않았다. 하루에 20km 이상 걸으면 피곤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나의 정신은 너무 맑고 초롱초롱해서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도움 받아 매일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만성 수면장애를 오랜 전부터 앓고 있었다. 길을 걸으면 고단해서 잠드는데 괴로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별 도움이 크게 되지 않았다. 소원하던 산티아고 길을 걷게 .. 더보기
용서의 언덕 Pampelune를 지나 용서의 언덕을 향해서 우리는 아름다운 대도시 Pampelune를 지나는 길에 유채꽃이 베푼 향연에 참석해서 맘껏 노란 향기와 냄새에 취하고 그다음 행선지인 Uterga로 향했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긴 여정 가운데 길 위에서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들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 하나가 '용서의 언덕'(Alto del Perdon)이었다. Pampelune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약 40개의 풍력 터빈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용서의 언덕'을 마주치게 된다. 스페인어로 Alto del은 '~의 꼭대기'라는 뜻이고 Perdon은 영어로 'excuse me'라는 말이다. 직역하면 '나를 용서해주는 꼭대기'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언덕의 길은 계속 가파르게 우리를 안내했다. 광활한 밀밭을 좌우.. 더보기
Uterga로 가는 길에서 유채꽃, 노란향기를 맡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방법은 순례객마다 다 다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차로 일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남편과 나처럼 온전히 자기의 발로 걷는다. 어떤 순례객은 걷다가 힘들면 나머지 길은 히치하이킹이나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스페인 북부 주민들은 순례객을 만나는 일이 일상이다. 그래서 순례객들에게 호의를 잘 베푼다. 길 안내도 잘해주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애쓴다. 히치하이킹과 관련된 에피소드 히치하이킹에 대한 웃긴 에피소드를 순례의 길에서 만난 한국 청년 순례객에게 들었다. 한국 청년은 20일 동안 산티아고길 완주를 목표로 해서 하루에 40km 거리를 강행군해서 걸었다고 한다. 힘들어서 더 이상 걷기 어려울 때는 대중교통수단..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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