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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스페인 산티아고길을 걷다

Lorca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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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북쪽 마을과는 달리 Lorca의 진입로는 평지가 아닌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덕분에 강한 태양을 고스란히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느라 고생했다. 마을 입구인 언덕에 서니 앞이 탁 트인 마을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숨이 차고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다. 


ALBERGUE DE LORCA

 

Lorca는 공립 알베르게가 없어서 우리는 그 전날 미리 찾아 놓은 저렴한 사립 알베르게인  'R.P. de Lorca'로 직진했다. 알베르게는 바로 마을 진입로에 있어서 고생하지 않고 쉽게 찾았다. 수염이 덥수룩한 스페인 남자가 환하게 우리를 아주 반갑게 환대해 준다.  그의 환한 미소가 먼 길을 고생하면서 걸은 노고를 다 잊게 해 준다.


Lorca 알베르게 주인장과 함께


Lorca에서의 따뜻한 환대

 

그는 우리가 단번에 한국 사람인 것을 알아보았다. 스페인 북부길을 걸었을 때 보통 우리를 중국이나 일본인으로 알아보는데 Lorca 알베르게 주인장은  "한국 사람이냐?"라고 물어봤다. 신통방통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어떻게 아냐"라고 되물었더니, "내  와이프가 한국 여자야"라고 한다. 지금은 와이프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집에서 쉬고 있단다. 그도 우리가 반가웠는지 한국 순례자들이 선물한 기념품들과 남긴 메모들과 편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 주면서 자랑한다. 그러면서 우리를 위층에, 2층 침대 두 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한다. "원래는 4명이 자야 되는데 너희를 위해서 한 명만 더 받을 거야"라고 한다. "그럼, 네가 손해잖아" 했더니 "괜찮아! 너네가 편하게 쉬기를 원해"라고 한다. 어떤 알베르게 주인은 돈이 아쉬워 좁은 공간에 간이침대까지 놓는데 이런 배려를 다하다니! 감동이 거세게 휘몰아쳐 왔다.

 

나는 그의 마음이 고마워 그에게 한국적인 것을 뭐라도 주고 싶어서 배낭을 뒤적이었다. 고이고이 아껴두었던 피 같은 볶음 고추장 튜브와 홍삼 스틱이 손에 잡힌다. 순간 그에게 감동받은 마음은 잠시 물러가면서 갈등이 오고 손 떨림이 느껴졌지만 처음 마음을 회복하고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선물을 받고 감격했는지 한국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나에게 바꾸어 준다. 얼떨결에 나는 그의 한국 아내와 교제를 나누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참 고왔고 다정스러웠으며 먼 이국땅에 여행온 나그네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응원해 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픈 그녀를 위해 기꺼이 아껴둔 홍삼 스틱을 선물한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Lorca에서 일일 자원봉사

 

매일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다양한 알베르게에 머물렀고 주인들을 만났다. 대부분은 친절하고 지친 순례객들에게 환대를 해주는데 일부 사람들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불친절한 태도에 마음이 상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Lorca의 주인장은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최강급으로 정스러움과 인간미가 넘쳤다. 그의 따뜻한 환대에 보답으로 아내도 없이 일하는 바쁜 그를 위해 뭐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나: 도와줄까?

주인장: 그래 주면 고맙지!

나: 뭐 할까? 말만 해!

주인장: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함) 저녁에 손님들 예약이 있는데 음식 할 때 도와줄래?

나: 당연하지! 우리 남편한테도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

남편: (나를 째려본다! 다행히 주인장이 못 봤다)

주인장: 복도에 물걸레질을 해줄 수 있겠니?

나: 물론이지!!(남편 대신 내가 대답하자 남편이 또 흘려 본다)


남편은 가끔 나의 오지랖 넓은 성격으로 피곤해한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일들을 생으로 만들어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가족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나로 인해서 뜻하지 않게 그들의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고 곤란할 때를 본다. 가급적이면 나, 한 사람 고생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하는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렇게만은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너무 내 것 챙기고 손해보지 않으려 하는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시베리아 벌판 같다는 마음이 든다.

 

어쨌든 우리는 뜻하지 않게 Lorca (로카)에서 일일 자원봉사자가 되어 그의 일을 나누어 가졌다. 고된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에, 그는 직접 착즙기로 내린 천연 오렌지 주스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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