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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브렉퍼스트 (English breakfast tea) 뉴질랜드 카페는 참 소박하다. 우리나라같이 인테리어가 화려하지도 않고 세련됨도 없지만 정감이 갔다. 나는 가끔 공부하다 지치고 바람이 쐬고 싶으면 캠퍼스를 뛰쳐나와 학교 주변에 있는 카페에 가서 마음과 몸에 여유를 주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특히 자주 갔던 카페는 학교와 멀지 않았고 더불어 친 자연적이었고 한적한 곳에 위치했었다. 카페 운영 방식은 샵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카페에 따라서 차를 주문하면 진동벨을 주거나 직접 직원이 손님 테이블까지 서비스해 주고, 다 마신 잔도 치워준다.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에 그들의 아날로그 문화가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내가 떠날 올 때까지 키오스크가 설치된 카페는 보지 못했다. 더불어 커피값이 참 착하다. 차의 종류 따라 다르지만 커피 한 잔에 3천 .. 더보기
사기 결혼 나는 대학 첫 입시에 실패하고 일 년 재수한 후 입학했다. 의외로 재수할 때가 내 인생 중에 제일 자유로운 때가 아닌가 싶다. 그전까지 나는 자의로 내가 원하는 교육 기관을 선택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제도권 아래 있는 것을 사무치게 싫어해서 어떻게든 이 나라를 떠나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지 않아 이 땅에 주저앉은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나 때는' 외국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어떻게 하면 외국에 가서 살 수 있을까? 하고 매일 짱구를 돌리다가 생각해 낸 방법은 대학을 가는 거였다. 일단 대학을 가서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함께 유학을 떠나거나 주재원으로 한국을 벗어나길 소원하는 마음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아~~~ 그런데 공부가.. 더보기
동행 라글란 피시 가게에서 여름방학 한 달 꼬박 세프로서 열심히 일을 했다. 나는 정규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일 근무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고 직원들의 근무 상황 따라 달라졌다. 보통은 일주일 전에 스케줄이 나오지만 늘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딱히 고정된 근무시간 없이 매일 유동적으로 일했다. 나의 주된 업무는 세프로 일했지만 매장의 전체적인 일도 하나, 둘씩 익혀 나갔다. 2023.01.25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라그란(Raglan)에서 세프 경험 라그란(Raglan)에서 세프 경험 2023.01.21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이날도 일찍이 저녁을 챙기고 동네 한 바퀴 .. 더보기
개 자존심 2023.01.24 - [일상에서 만나는 심리학] - 조급증 조급증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주말마다 가평에 있는 주말농장에 가서 농사체험을 했다. 원래 의도는 아스팔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흙을 발에 묻히게 해주고 싶었다. 더불 hasim2002.tistory.com 오늘 볼일이 있어 남편과 외출하고 돌아오는 중에 은행에 가야 하는 것을 깜빡했다. 차선을 1차선으로 바꾸어야 해서 깜빡이를 넣고 서서히 차의 머리를 내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요란한 클랙션이 울리더니 우리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가던 길을 멈춰 섰다. 헬멧을 쓴 남자가, 약 40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고개를 거칠게 획 돌려 우리를 째려본다. 남편이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는데 고성을 지르면서 욕을 해댄다. 단단한 자동.. 더보기
그림자 살면서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미워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만큼 증오한 적이 있는가? 나의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Yes"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죽도록, 죽이고 싶은 만큼 미워했다가 그 미움이 나에게 그대로 되돌아와서 나의 삶이 파괴될 만큼 피폐한 적이 있었다. 이래서 예수는 '내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했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이 나한테 그대로 되돌아와서 내 삶이 파괴될 수 있으니 말이다. Carl Jung의 그림자 칼 구스타프 융은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자 분석심리학을 만든 사람이다. 융은 프로이트처럼 인간의 정신을 의식, 무의식으로 나누었다. 보통 우리 정신세계를 빙산에 비유하는데 의식은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의식하지 못한 .. 더보기
기다림의 미학 미학(美學)이란 자연, 인생이나 예술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 (철학) 자연이나 인간의 생각 따위를 감각적 또는 감정적 효과의 면에서 매기는 가치 (출처 다음 국어사전) '기다림의 미학'을 다음 국어사전이 정의해 놓은 의미대로 풀어내려면 어떻게 연구해야 되고 어느 부분에서 가치를 찾아야 할까? 요즈음 단어 뒤에 미학이라는 용어를 잘 갔다 붙인다. 다들 진정한 뜻을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심지어는 '디스코의 미학'이라는 글도 본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국어가 참 어렵다고 느낀다. 분명 영어도 아닌 우리나라 말인데 어떤 문장은 이해가 안 되어 글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멈추어 서서 수도 없이 읽고 또 읽는다. 나이가 들어 이해력이 떨어진 것인지, 원래 문장 해석 능력이 부족.. 더보기
산티아고 길위에 소확행 젊지 않은 나이 50에 매일 20km 이상을 걷는다는 일은 인생의 적지 않은 큰 모험이었다. 그 먼 거리를 완주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산티아고 길을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매일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상의 즐거움은 숙소에 도착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마트에 가서 요리할 재료 잔뜩 사 오기, 각 나라에서 온 순례객들과 교제하기 등이다. 그중에서 압도적인 표를 차지하는 소확행은 매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과 빵이었다. 순례자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우리의 순례 일정은 보통 아침 8시 좀 넘어 시작한다. 다른 순례객들보다 출발이 늦은 편이다. 일찍 떠나는 사람은 새벽 6시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머리에는 칠흑 같은 어두움을 물리쳐 줄 소형 렌.. 더보기
라그란(Raglan)에서 세프 경험 2023.01.21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뉴질랜드에서 2년 간의 유학 생활] -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이날도 일찍이 저녁을 챙기고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다. 늘 다니던 산책 코스가 아니라 반대편 동네로 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고 석양이 지어가는 hasim2002.tistory.com 지난 이야기에 이어 라그란(Raglan) 피시앤칩스 샵에서 본격적으로 세프로 경험한 시간을 풀어놓으련다. 일을 시작해 보니 내 포지션은 파트 타임제(part time)로 휴가 간 직원이나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 대신 일하는 자리였다. 전문적인 용어로 우리는 이것을 '땜빵'이라 부른다. 일하는 시간이 매일 규칙적이지 않고 그날그날 스케줄.. 더보기
조급증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주말마다 가평에 있는 주말농장에 가서 농사체험을 했다. 원래 의도는 아스팔트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흙을 발에 묻히게 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도 해 주고 덤으로 시골의 정서도 경험시켜 주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사실 나의 속마음은 숨겨져 있었다. 어렸을 때 방학과 명절이 되면 시골로 내려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내려갈 시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함이 컸는데, 마침 주말농장이 한참 유행할 때여서 지인의 소개로 그토록 원하던 바람을 자연스럽게 이루었다. 우리는 농장 주인 할머니에게서 약 10m쯤 되는 길이의 밭 두 고랑을 배정받고 할머니의 진두지휘 아래 밭을 뒤집고 씨 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짧은 길이의 달랑 두 .. 더보기
내사랑 스타우브 꼬꼬떼(STAUB LA COCOTTE) 몇 년 전에 살림과 관련된 유튜브를 보다 급 사랑에 빠진 아이템이 있었다.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 새댁이 얌전하게 살림살이를 해내는 일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무료 100만이 훌쩍 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 모습도 안 나오고 소리는 음소거이고 자막으로만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였다. 별 특별하지 않는 이 유튜브를 애청하게 된 것은 아마 2년 동안 뉴질랜드 살이를 하면서 살림을 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올라왔는데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욕구 충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에 빠진 아이템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젊은 새댁이 사용하는 그릇들이었다. 특히 유투버가 애용하는 냄비였는데 디자인은 심플한데 색깔이며 모양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설렘이 있으면서 나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냄.. 더보기
멘탈이 붕괴되었을때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을 만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지난 과거의 사건들이 예고 없이 찾아와서 마음을 힘들게 할 때가 있다. 과거의 일이 현재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의 뇌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래전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면서 감정은 그대로 살아 있어 가슴이 아픈 것이다. 가끔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난 일들이 의식화되어 떠오를 때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건들이 종종 기억이 나서 마음을 힘들게 한다. 아이들이 초등 2, 3 학년 때였다. 그때 나는 힘든 일로 방황하면서 온몸으로 견디는 중이었다. 매일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관악산 정상에 있는 연주대까지 왕복 4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혼자 등산을 다녔다. 사건.. 더보기
피시앤칩스 샵에서 인터뷰 이날도 일찍이 저녁을 챙기고 동네 한 바퀴 산책에 나섰다. 늘 다니던 산책 코스가 아니라 반대편 동네로 가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고 석양이 지어가는 하늘은 열두 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형형색색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구인광고 걷다 보니 지난번 피시앤칩스를 테이크아웃했던 가게를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마감 시간이 되었는지(뉴질랜드 샵은 일찍 문을 닫는다. 큰 시내가 아니면 보통 5시부터 문을 닫기 시작한다.) 가게는 텅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청소 중이었다. 경력자 모집 갑자기 내 안구가 게눈이 되어 시야가 확장되면서 무언가가 나의 시선을 끌어당겨 가던 길을 멈추게 하였다. 가게 창문에 '경력자 모집'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대문짝 하게 보인다. 바로 그 순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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